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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덕구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의료관광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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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중학교는 1969년 양산중학교 원동분교로 시작해, 41회 졸업생 2천643명을 배출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이다. 그런데 출산율 저하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감소해서 3년 전에는 전교생이 20명으로 줄어들었고, 그 이듬해는 16명까지 줄어들어 폐교 위기로 몰렸던 것이다. 하지만 학교측은 이에 굴하지 않고 학교를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묘안을 생각해 왔다. 그러던 중 체육교사의 야구에 대한 열정을 허구연 MBC SPORTS+ 해설위원이 보고 원동중 교장을 적극 설득해서 야구 전문학교로 만들게 된 것이다.
그 당시 선수들은 야구 명문학교들이 외면했던 만년 후보들로 구성됐다. 또한 시골학교이다 보니 환경도 아주 열악했다. 그동안 선수들은 돈이 없어 야구공을 테이프로 감아 연습을 했다고 한다. 게다가 대회 출전마다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창단 2년 만에 전국대회 제패라는 영광의 월계관을 쓴 것이다.
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자랑스런운 일인가! 양산에 살고 있는 한 시민으로서 무한한 자부심을 가진다.
현재, 원동중학교 전교생은 51명뿐이다. 그 중 야구선수는 20명이라고 한다. 이 극소수의 시골학교 학생들이 전국 제패라는 영화 같은 기적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허구연 야구 해설위원의 탁월한 식견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농촌은 인구감소의 영향으로 날로 피폐화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인구는 줄고 노인들만 사는 생기 없는 곳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학교 역시 폐교라는 위기까지 봉착해있어 교육의 혜택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이런 사실을 안 허 위원은 원동중학교에 야구전문학교를 권했고 그 후에도 그는 원동중학교를 찾아 헌신적으로 물밑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두 번째는 신종세 감독이다. 신 감독은 부산 대동중에서 20년 동안 감독을 맡아 이대호(오릭스) 선수를 발굴했고, ‘야구 불모지’ 제주도로 건너가 리틀야구팀을 창단, 지도했으며 그 후 부산공고 감독을 맡은 훌륭한 지도자이다. 이 풍부한 경험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통해 용기를 심어줬기 때문에 오늘의 아름다운 결실이 맺어진 것이다.
세 번째는 학업과 야구를 병행하는 것이다. 학생선수라도 학업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운동이라는 학교의 투철한 교육방침과 그것에 대한 학생들의 실천이다. 신 감독은 학교의 교육방침에 따라 학업을 우선시했고 개인기보다 기본기에 충실했으며 강도 높은 동계훈련으로 체력을 강화시켰다고 한다. 학생선수들은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별이 뜰 때까지 운동장에 남아 훈련을 했다고 한다.
네 번째는 관ㆍ학ㆍ민의 혼연일치라고 볼 수 있다. 양산시와 양산교육청 그리고 지역민의 헌신적인 노력이 이 아름다운 결과를 낳은 것이다.
나는 양산 원동중학교 야구부의 엄청난 기적을 통해 ‘기적’의 개념을 되돌아보게 됐다. 흔히 기적은 우연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우연한 기적은 존재하지 않고 약속된 기적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약속된 기적의 뒤에는 훌륭한 지도자의 헌신적인 리더십이 뒤따른다. 누구나 불가능이라고 했던 것을 현실로 일구어낸 것은 어린 학생들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꿈과 희망 그리고 용기를 심어준 숨은 일꾼들의 덕분이다.
산과 들만 있는 황량한 시골마을에 야구전문학교라는 기발한 생각과 그것을 실천에 옮긴 허구연 위원, 학생들과 한 몸이 돼 불철주야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신용세 감독, 그리고 원동중학교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선생님들, 양산시와 양산시 교육지원청, 지역민들이 숨은 공로자이다.
나는 20년 넘게 양산에 살면서 이만큼 큰 자부심을 가져본 것은 처음이다. 왜냐하면, 이 젊은 건아들이 우리에게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라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요즈음 다들 어렵다고 한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어렵고 험난한 삶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유리알보다 영롱한 희망의 빛을 가져다준 것이다. 이 영롱한 빛을 통해 삶의 가치를 되찾은 사람들이 대단히 많으리라 확신한다.
다시 한 번 원동중학교 야구부 젊은 건아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들의 무궁한 발전과 건승이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끝으로, 이들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