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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가을이면 생각나는 것들..
오피니언

[화요살롱] 가을이면 생각나는 것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10/01 11:34 수정 2013.10.01 11:34



↑↑ 유병철
동원과학기술대학교 글로벌 CEO 아카데미 원장
봄이 여성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라고 하고 천고마비의 계절 또는 등화가친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그것은 풍요와 여유를 말하기도 하며 여름 내내 책 한 권 읽을 수 없이 땀 흘리며 농사 짓다가 가을이 되면 자신을 정신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책상에 앉아 먼지 낀 책장을 넘기며 정신의 양식을 먹게 된다는 말이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요, 철학의 계절이요, 어떤 의미에서 종교적인 계절이라 하겠다.

가을의 의미를 몇 가지로 나눠 생각해본다. 첫째, 가을은 고결한 기상을 인간에게 준다고 하겠다.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이라고 한다. 금수강산이란 봄이나 여름에도 해당될 터이지만 유달리 가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산과 들 그리고 하늘과 구름, 태양 등이 조화를 통해서 온통 원색의 색깔로 대한민국, 우리 조국은 아름다움이 마치 비단으로 수를 놓은 강산이라는 말이다. 애국가 3절만 보더라도 그렇다. ‘가을하늘 광활한데 /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 일편단심일세’라고 한 것은 가을 하늘의 고결한 기상을 우리 민족의 가슴에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믿어진다. 고려청자가 바로 이 가을 하늘을 바라보던 어느 도공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한평생을 가을 하늘의 빛깔을 도자기에 심어 보고자 애를 태우며 심혈을 기울였으리라 생각해 본다.

또한 가을에 우리는 청결하고 관대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높푸른 깨끗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다가 우리도 저 하늘의 청렴결백을 배우게 하고 관용과 포용력 또한 위대한 기량을 동시에 배우게 된다. 이 땅 위에 일어난 별스런 사건들이 마치 지구의 불륜을 대표해 일어난 것 같지만 그래도 가을 하늘, 맑은 그 하늘을 바라보노라면 더러운 모든 찌꺼기가 한꺼번에 씻겨가는 것 같다. 물질의 풍요 뒤에 숨겨 있는 온갖 부조리와 아비규환 같은 사건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을 보다가도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맑고 푸르고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광대무변한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막혔던 숨통이 탁 터지는 느낌이 든다. 어디를 가도 꽉 막힌 것 같은 삶이 봇물 터지는 것은 가을이 베푼 은총이라 하겠다.

소련의 망명 작가인 솔제니친은 하버드 대학 강연을 통해서 ‘오늘 자유 우방에 속한 모든 나라들이 풍요를 누리는 이면에 죄악의 더러움이 편만해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인 권모술수와 모략과 중상, 아부와 갈등, 미움과 시기 등등의 살벌한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도 예외일 수는 없다. 국민 각자가 보다 정직해질 필요가 있고 플라톤의 도덕정치가 아니더라도 온갖 슬기를 모아 지혜로운 나라로 만들어가야 한다. 사회정의가 구현되며 자유, 평등, 평화를 누리는 민주주의 근본정신에 기초한 살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 어찌 비단 정치뿐이랴.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사회적 여건을 어떤 형태로든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맑은 마음들이 돼서 이 나라가 지상낙원은 비록 아니더라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됐으면 싶다.

둘째로 가을은 우리에게 결실의 기쁨을 준다. 눈물을 흘리며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땀을 흘리며 가꾸고 다듬어 가을에 거두어 거둠의 기쁨, 결실의 풍요를 즐기는 계절이다. 오곡백과가 무르익은 들녘을 지나가 보라. 비록 가진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뿌듯한 기쁨이 넘치겠는가. 어릴 때 가을의 고향을 생각해보라. 노을이 지는 들녘에서 황소를 앞세우며 방울소리 달랑대며 돌아오던 농부들의 실루엣을 생각해보라. 이처럼의 서정이 어디 있으며 이처럼의 순수한 마음이 어디 있겠는가!

셋째로 가을은 내일을 준비하는 슬기를 우리에게 준다. 가을을 ‘조락의 계절’이라고 해 가을에 지는 나뭇잎에서 인생의 한 모습을 바라보기도 했고, 추풍낙엽이라든가 가을 아침의 안개 등은 모두 허무함을 나타내는 말로 계절의 정서를 표현했으며 그러면서 가을은 또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이어서 월동준비가 특히 강조됐다.

천자문의 배열이 가을 추(秋), 거둘 수(收), 겨울 동(冬), 감출 장(藏)으로 돼 있는 것도 그러한 생각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인생살이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는 것 같다. 유년시절, 소년ㆍ소녀시절을 봄이라고 한다면 청년ㆍ장년시절은 여름이라 할 수 있고 중년은 가을, 노년은 겨울이라 부를 수 있다. 

인생의 가을! 또 한 번 되돌아보는 계절이다. 가을에는 여러 가지 생각나는 것들로 인해 잠이 오지 않아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라는 시를 읊어 본다. ‘가을에는 /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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