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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융합시대의 디자인 교육..
오피니언

[화요살롱] 융합시대의 디자인 교육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10/08 10:27 수정 2013.10.08 10:27



↑↑ 김태희
인공지능학 박사
영산대학교 대외교류처장
이제 융합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음은 확실해졌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과 같이 일반인의 생활 속에 스며들고 있는 융합은 직접적으로 우리의 생각과 생활에 변화를 준다. 아이폰이 가져다준 스마트폰의 세계와 앱스토어가 열어준 새로운 시장, 나아가 이들이 자극해 활발해진 수많은 새로운 시도들을 이제 우리는 매일 접하고 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은 마치 물과 기름을 섞는 것과 같은 측면도 있다. 과학이라는 말 자체가 논리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학문 영역이라는 뜻이라 할 만큼 과학은 논리적 사고에 기초한다. 그런데 예술은 감성이며, 느낌이며, 영감이다. 따라서 논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도 조금만 깊이 들어가 보면 의미의 세계를 볼 수 있게 된다. 어떠한 어려운 공식이나 이론도 직접적으로나 비유로써, 쉬운 말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처음에 곱셈을 어떻게 배웠을까? 곱셈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배웠을까? 곱셈이라는 산수법을 처음 고안한 사람은 왜 그것이 필요했고 왜 그것을 만들었을까? 모든 경우에 늘 의미를 짚을 필요가 없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그 의미를 짚는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경우도 있다.

과학도 하나의 내러티브(Narrative)로 봐야 할 것이다. 덧셈이나 뺄셈과 같이 쉬운 것도 처음 배울 때에는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경험에 비춰 깊이 와 닿을 수 있게 배워야 한다. 그것이 쌓여서 복잡한 이론이나 공식도 마냥 문제만 풀기 위해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의미로써, 그리고 이야기로 풀어갈 수 있게 돼야 한다. 융합 교육의 시작은 과학을 이해하는 것이며, 아는 것이며, 이야기로 할 수 있는 것이 돼야 한다.

이렇게 소화된 과학은 예술을 만났을 때 엄청난 지적 발산을 야기하게 한다. 그리고 예술적 이야기를 담은 내러티브를 그에 꼭 맞는 과학적 방식으로 현실화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서 과학적 내러티브는 예술적 내러티브를 더욱 풍성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한다.

한편 예술 교육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예술의 울타리에서, 또는 그 주변에서 해 왔던 생각을 배우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철학이나 역사를 공부함에 있어서 과거에 있었던 사실만을 외우는 것만이 아닌, 그 시대 상황에서 그 선현은 왜 그런 생각을 했으며, 그것은 어떤 의미였는지와 같은 그런 인과관계가 있는 스토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현재 자신의 생각이나 문제와 연결 지을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 가져다줄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과 창의력의 원천이다.

예술 교육에서는 바로 이런 의미에 기초한 인문학적 교육의 바탕 위에서 무형의 생각을 유형의 물건으로 또는 이미지로 만드는 일을 매우 치열하게 하게 된다. 치열해야 할 이유는 바로 예술적 결과물은 작가의 생각이 응집된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응집시키기 위해서는 생각을 정리하고 또 정리해 극도로 정제시켜야 한다.
 
수많은 생각의 조각을 가지고, 그것을 더욱 확산시키고, 연결하고, 수렴하는 등 반복해 하나의 결정체를 얻는 과정이다.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예술과 다르지 않다. 목적이나 소재가 다를 뿐이지 그 프로세스는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디자인은 산업에 더욱 가까이 있으며 직접적으로 활용된다. 기업에 수많은 디자인 일이 있으며 아니, 있어야 하며 기업이나 상품의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여줄 여지가 디자인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디자인을 통해 없던 가치를 부여하고, 잠재된 가치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에 대한 안목과 구현능력은 가치를 의미로써 다룰 수 있는 사람이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다 의미로 얻은 과학적 지식과 그것을 다루고 현실화시키는 방법까지 더해지면 그것은 새로운 하나의 지평을 열어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과학과 예술의 융합에서 그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환경적 요건이 있다면 그것은 서로 다른 문화의 활발한 만남이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것은 서로 다른 생각이 만나 새로운 생각이 터져 나오게 되는 계기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많을 수 있는 좋은 사례일 것이다.

이렇게 과학과 예술이 융합하는 것은 지금과 같이 과학이 빠르게 발전해 가는 시대에 디자인이 더욱 유익한 즐거움으로 일반인의 생활에 스며들 수 있게 할 여건을 만들어 준다. 나아가, 융합 디자인이 사회 저변에 확산되면 기업 혁신이 일상화될 수 있다. 숨겨진 가치를 발굴하고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양산시 같은 새로운 산업의 패러다임을 도입해 도약할 시점에 있는 산업도시는 필연적으로 디자인 역량을 키워야 한다. 풍성한 내러티브가 활발히 유통되고 생각의 힘이 커 가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융합교육과 융합디자인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는 요즘과 같은 시점은 하나의 좋은 기회일 것이다. 양산시가 지난 수년간 추진해 온 디자인을 기업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높이 사면서 이러한 정책이 융합 디자인 교육의 저변확대와 더불어 더 강력히 추진돼 산업적 도약을 선도해 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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