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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소금] 꿀벌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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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소금] 꿀벌 같은 사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10/08 11:09 수정 2013.10.08 11:09



↑↑ 강진상 목사
평산교회
영국의 철학자이며 정치가였던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이 쓴 ‘학문의 진보(1605)’에서 사람을 곤충으로 비유해서 한 얘기가 있다. 그는 이 세상에는 거미형의 사람, 개미형의 사람, 꿀벌형의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로 거미형의 사람은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했다. 거미줄을 쳐놓고 숨어서 호시탐탐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린다. 그것이 거미의 삶이다. 속임수가 있고, 타인의 실수를 먹이로 거두는 비열한 삶이다. 결국 거미는 일도 안하고 놀다가 남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 베이컨은 이런 사람을 가리켜 ‘이기주의 인간’이라고 꼬집었다.

둘째로 개미형의 사람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을 사람’, 즉 있으나마나 한 사람을 가리킨다고 했다.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아, 자신과 타인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고, 그저 재산을 모으기만 한다. 그렇게 모은 재산은 결국 자식들에게 전해지고, 그 자식들은 어버이의 은혜를 모르는 무능한 인간이 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낭비하고 허랑방탕한 인간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경우가 많다. 개미는 부지런하고 단결심도 강하지만 어디까지나 자기들끼리 잘 뭉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베이컨은 개미와 같은 사람을 ‘개인주의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세 번째로 베이컨은 꿀벌형의 사람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꿀벌은 꽃밭으로만 날아다니며 꽃 속의 향기를 맡으면서 삶을 즐긴다. 그러면서도 꿀벌은 꿀을 만들어내 사회에 향기를 전한다. 매우 유효한 생산성이 있는 삶이다. 꿀벌은 조직력도 강하고 부지런하다. 열심히 꿀을 만들어 자기들도 먹지만 대부분 주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베이컨은 이런 사람을 가리켜 ‘이타주의 인간’이라고 말했다. 사회 곳곳에 이러한 꿀벌형의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서양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논시비(Non Sivi)’란 말이 있다. 라틴어에서 유래된 논시비는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하고, 넓게는 국가와 세계를 위해,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라는 말이다. 

필립스아카데미는 미국의 명문 사립 고등학교다. 220년 동안 각계 지도자를 배출한 세계 최고의 고등학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학교 설립자의 건학이념이 바로 ‘not for self’다. ‘나 자신을 위해 살지 말고 남을 위해 살라’는 말이다. 곧 꿀벌 같은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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