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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학교 밖 세상에서 꿈을 찾다 ..
사회

학교 밖 세상에서 꿈을 찾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3/10/15 09:30 수정 2013.10.15 09:30
고교 자퇴생 김성한 양, 육군사관학교 목표로 공부

재능기부 직접 제안… “의미 있는 봉사활동 하고파”




초등학교, 중학교를 마치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그다음은 대학 진학. 이는 교육열 높은 한국사회에서는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진다. 그러다 보니 아직은 ‘학업중단 청소년’이란 개념도 낯설고, 일부 어른들은 이들을 조금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학업중단 청소년’을 자청했다면 어떨까?

김성한(16, 물금읍) 양은 학교 밖 세상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해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그만큼 고민도 깊었다. 어릴 때부터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나라를 위해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던 김 양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육군사관학교는 수능성적뿐 아니라 체력도 중요해요. 여자가 도전하기에 쉽지 않죠. 공부를 하면서 체력향상을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해요. 남자들보다 몇 배, 몇십 배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3년의 세월을 나에게 맞춰 최대한 값지게 사용해 보자는 생각에 고등학교 자퇴를 결심하게 됐어요”

용기있는 결심에 응원을 보내준 건 다름 아닌 부모님이었다고.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둔다는 김 양의 생각을 자칫 철없는 자녀의 경솔한 행동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김 양 부모님은 너그러운 시선과 믿음으로 김 양을 이해해 주었다.

학교 의존 없이 자기 의지로 학업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게으른 생활을 했다가는 꿈을 잃기 십상. 김 양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누구보다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아침공부 후 부모님과 함께 여유로운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인터넷강의를 듣는다. 오후에는 양산종합운동장을 10바퀴 이상 뛰며 체력을 다져나가고 있다. 사교육에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내고 있다.

학업에 지친 김 양을 위로해 주는 것은 음악이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기타를 배우며 음악을 진정으로 즐기고 있다. 음악공연과 뮤지컬 관람 등 다양한 문화생활도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김 양은 여전히 가슴 한켠이 비어있는 기분을 느꼈다.

“학교를 포기하면서 고등학교 시절 추억도 함께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안타까웠어요. 친구들과 고민도 함께 나누고,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잖아요. 때문에 보다 더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자고 결심하게 됐어요”

형식적 봉사 싫어 ‘구연동화’ 제안

김 양은 학교에 다닐 때 형식적으로 해왔던 봉사활동에 늘 아쉬움을 느꼈다. 봉사점수를 따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활동을 하며 시간만 채웠던 기억들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문뜩 구연동화가 생각났어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큰 소리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 친구들에게 동화 구연을 해주기도 했어요. 그래서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구연동화 봉사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 양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양산시립도서관 관리자에게 메일 한 통을 보내 자신의 생각과 구체적인 계획을 전달했다. 한 달 후 답변이 왔고 재능기부에 감사함을 표하며 흔쾌히 김 양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7월부터 매월 2ㆍ4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모자열람실에서 5~7세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11월부터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구연동화도 진행할 예정이다.

“뚜렷한 목표 없이 그저 주변 환경에 떠밀려 학교를 나오는 것은 절대 반대예요. 학교가 안전하고 튼튼한 울타리인 것은 분명하니까요. 하지만 학교를 그만뒀다는 이유만으로 ‘문제아’로 낙인찍는 사회의 편견과 오해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학교 밖 세상에서도 얼마든지 학업을 이어갈 수 있고 꿈을 향해 도전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제가 꼭 증명해 보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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