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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호 ·시인, 수필가 ·양산문인협회 회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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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은 이념과 주변국의 끝없는 견제로 통일되지 못하고 반세기 넘게 분단된 체 살고 있지만 그들과 우리가 만나면 한글과 우리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자유롭게 외국과 교류를 해온 우리나라와 사회의 폐쇄성을 가진 북한과는 많은 언어가 다르게 발음이 되거나 다른 뜻으로 불리는 게 생겼습니다. 특히 북한은 중국에서 쓰는 한자는 배우기도 어렵고 쓰기도 힘든 말이라 하여 우리말로 풀어 쓰거나 말을 바꿔서 사용하고 있으며 또 외국어를 그들만의 독특한 발음으로 고쳐서 사용하는 것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두음법칙을 부정하고 한자어 어두의 ‘ㄹ’과 구개음화된 ‘ㄴ’을 원음대로 사용하는 게 우리와 다른 점입니다.
우리는 서울에서 쓰는 말을 표준말이라지만 북한에서는 평양에서 쓰는 말을 문화어라고 합니다. 남북한의 맞춤법은 자음과 모음의 차례와 이름에서 차이가 납니다. 자모 수에 있어 북한에서는 복합자 16자를 합해 40자를 택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자모수를 24자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북한의 사전이나 색인의 자모 배열도 차이가 큽니다. 그러나 너무 깊이 들어가면 복잡하니 우리는 같은 뜻인데 다르게 쓰이는 말이나 한자를 우리말로 고친 말 또는 외국어를 우리말로 쓰는 단어들을 배워보겠습니다.
앞에 쓴 단어가 남한의 말이고 뒤 것이 북한 말입니다.
한복은 ‘조선옷’ 홍수는 ‘큰물’이고 피부에 바르는 연고는 ‘무른 고약’이며 월동은 ‘겨울나기’라고 쓰며 로터리를 ‘도는 네거리’ 샤워실은 ‘물맞이간’이고 커튼은 ‘창문보’이고 젤리는 ‘단묵’ 노크는 ‘손기척’이라 하며 지금은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삐삐를 ‘주머니종’이라고 합니다. 또 우리가 채소 혹은 소채라 부르는 것을 ‘남새’라고 하며 (‘야채’는 일본식 표현이라 쓰지 말아야 할 말이라고 전에 말씀 드렸지요.) 변두리나 가장자리를 ‘가녁’이라하고 소장이나 대장을 ‘가는밸’ ‘굵은밸’이라 합니다. 이는 우리 어른들이 쓰시던 ‘너는 배알도 없냐’ 혹은 ‘배알이 꼴린다’ 할 때의 배알을 ‘밸’로 부르는 것 같습니다. 또 양배추는 ‘가두배추’라 하고 우리가 쓰는 전업주부를 ‘가두여성’이라 합니다. ‘오그라뜨리다’, ‘가두다’에서 온 말로 양배추가 안으로 오그라들어 있어 그런 것같으며 가두여성도 집안에만 있는 여성이라는 뜻입니다. 또 우리가 먹는 고리모양의 빵 도넛을 ‘가락지빵’이라 하며 아기들이 먹는 분유는 ‘가루젖’이라고 합니다. 누룽지는 ‘가마치’라고 하고 자동차의 악셀레이터는 ‘가속답판’이라 하며 여성들의 속옷인 브래지어는 ‘가슴띠’이고 설거지를 하는 씽크대의 볼을 ‘가시대’라 합니다. 남한에서는 아내의 친정아버지를 장인이라고 부르는데 북한에서는 ‘가시아버지’라하고 각설탕은 ‘각사탕’이고 동전은 ‘각정’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