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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전기에너지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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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제2막은 전혀 다른 세상일 것이다. 즉, 퇴직이라는 하나의 사건이 개인에게 주는 영향력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단순히 수십 년간 치열한 무한경쟁에서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내려놓고 현업에서 떠났다는 사실을 넘어 인생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 또한 엄청날 것이며, 삶의 방식과 생각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인생 제2막에서는 세계화의 진전과 글로벌 무한경쟁시대 세계시장에서 쌓아온 지적 자산도 경험도 아무런 소용없다는 것이다. 인정해 주는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현역에서 은퇴한 후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도 소수의 관료적인 성격의 소유자에게만 필요하지 다수의 소유자들에게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제는 눈높이를 낮추고 새로운 정보화 시대에 적응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인생 제2막을 준비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현재는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우리 젊은이들과 함께 공존하는 세대로서 역할의 재정립도 필요하다.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변화된 환경에서 나이를 먹은 사회의 어른으로서,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야 하는가, 또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주체적인 역할도 생각할 수 있는 품성교육 제공도 필요한 대상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인생 제2막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더욱 심각한 것은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정책 입안과 집행하는 고위 관료들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 맞이하는 인생 제2막에서 분명한 것은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년 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몇 년 전 출간이 돼 베스트셀러가 된 엘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라는 책은 이러한 변화를 너무도 냉정하게 지적하고 있다. 시간의 개념이 변하고 있고, 전통적인 근로시간이 깨어진 지 오래다.
또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끼리도 물론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가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변화의 속도와 차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간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인터넷이라고 하는 가상공간에서 수없이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그러나 인생 제2막은 ‘불안의 시대’가 아닌 ‘희망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모두에게 낯설고 정리되지 않은 신세계이지만 누군가는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얹어 나갈 것이다. 뒤로 물러나서 구경만 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도 창조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
인생 제2막을 시작한 세대는 불안하고 우울하고 보살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미래를 여는 열쇠를 쥐고 있는 세대다. 따라서 변화가 찾아오면 기회도 있게 마련이다. 불안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불안한 미래만이 존재한다. 인생 제2막은 불안한 미래가 아니라 선택의 기회이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가치와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희망의 땅이다.
많은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인간사회에서는 영원한 현역은 없는 것 같다. 평생을 불철주야 헌신하며 젊은 청춘을 다 받쳤던 직장도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 그런데 많은 직장인들은 떠나야 할 때도 머뭇거리며 변화를 두려워한다. 왜 그럴까? 바로 자신의 인생 제2막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특히 중년에 접어들면 직장과 직업에 대한 애착이 강해져서 일의 터전을 바꾸는 일 자체에 큰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더욱이 새로 시작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에 도전을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못하는 진짜 이유는 ‘나이’일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스스로 자기 삶에 안주하게 되고 자기 영역이나 경험에 대한 애착은 점점 강해져 간다. 즉, 나이가 들면 적응력도 떨어지고, 또한 낯선 세계에 도전하는 것이 부끄럽고 불안하기 때문에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해 버린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란 마음에서 벌어지는 일일 뿐, 실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힘들다는 것 또한 두려움이 불러들인 고정관념일 뿐, 오히려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에 더 유리할 수 있다. 인생의 연륜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빠른 습득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에 경험과 지혜로서 무슨 일을 하든 더 잘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변화가 가져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변화를 거부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 세상 속에서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야말로 훨씬 더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성장하는 자만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 즉 인생 제2막을 시작하는 세대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산업현장에서 현역으로서 충분히 활동할 정도로 건강한데, 현역에서 물러나 한가롭게 지내는 단절된 과거형 세대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면서 수학의 합집합처럼 각자 독립된 영역을 가지고 있으면서 젊은 세대와 공존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제2의 도전 변화세대라고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