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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희 소토초등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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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그때를 떠 올리면 ‘아이들’은 마음이 참 따뜻해진다고 합니다.
더운 여름 선풍기도 제대로 없어 시멘트 바닥(당시 교실 바닥은 시멘트도 아니고 ‘도끼다시’라고 말하는 바닥)에 모두 등을 대고 누워 음악을 들으며 5교시를 달콤한 낮잠으로 보낸 일, 점심 도시락을 모둠별로 돌아가며 함께 나눠 먹었던 일, 짝지를 바꿀 때 좋아하는 사람 옆으로 서슴없이 가서 앉아 나를 놀라게 하던 일, 점심시간 등산용 버너를 몰래 가지고 와 교실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난리 났던 일, ‘참교육’으로 나오는 여러 가지 활동들과 노래로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즐겼던 일 등등….
끊임없는 수다로 수업시간을 방해한 문용이는 어엿한 중국집 사장이자 두 아이의 아빠가 됐고, 6개월을 따라다니며 주례를 서달라고 조르다가 결국 ‘첫 주례’를 하게 만들었고 지금은 개구쟁이 아들의 아빠가 된 ‘꼬마신사’ 승현이, 늘 잦은 병치레로 걱정을 했지만 지혜롭고 심지가 굳었던 윤수는 네팔의 멋진 남자를 만나 세 아이의 엄마로, 이주노동자들의 힘이 돼주고 있으며, 일본의 핸섬보이를 만나 쌍둥이 두 아들과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는 정순이, 전자공고를 졸업하고 회사 생활하다 대학에 들어가 끊임없이 삶의 영역을 넓혀 가고 있는 반장이었던 유진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보험 일을 하며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는 창민이, “선생님, 선생님”하며 내 팔짱을 끼고 여자아이와 더 친했던 규현이는 강원도 화천에서 신병훈련조교로 근무해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고, 생글생글 눈웃음이 매력적인 용석이는 “제 결혼식주례는 선생님, 제 꿈입니다”하며 결혼식 주례를 서게 하더니 곧 아빠가 된다는 소식을 전해 줬다. 지금도 그림을 그리는 두 아이 아빠 민길이, 그리고 경희, 경화, 영균이, 경배, 선하, 영순이…. 가만히 이름을 떠올리면 저도 한없이 행복해집니다.
‘교육’이란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선생님이 가르침을 주고받으며 함께 배울 때 더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교육 현장은 아이들과 선생님은 뒷전이고 교육정책이나 온갖 대책들로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교를 대상으로 눈에 보이는 ‘줄세우기’를 하며 성과를 따집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무엇이 필요합니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할까요?”라는 진심어린 물음 한 번 없이 다그치기만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언제부터인가 ‘행복한 아이들과 선생님 찾기’가 가뭄에 콩 나는 것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행복할 권리’를 교실로 돌려주자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