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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교육기관 탐방] 효암고등학교 기숙사
기숙사에서 달콤한 ‘공부의 맛’ 느껴요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3/10/22 11:23 수정 2013.10.22 11:23




핸드폰과 TV가 없는 곳에서 공부하고 싶다. 나만의 독특한 학습법을 가지고 싶다. 시간 채우기가 아닌 의미있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토요일 하루만큼은 놀면서 공부스트레스를 풀고 싶다. 밤하늘을 보며 친구들과 추억을 쌓고 싶다.

이런 희망사항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찾는 곳이 바로 효암고등학교다. 양산지역 유일한 교육부 지정 기숙형 고교이기 때문이다. 효암고는 기숙사 운영 3년차에 접어들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우수한 다른 지역 학생들이 대거 몰리는가 하면, 국립대학 진학률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과연 기숙사에는 어떤 매력이 숨겨져 있는 걸까. 효암고 기숙사를 들여다봤다.

오전 6시 30분 기숙사 기상음악으로 하루 일과 시작. 6시 35분 학교 주위 아침산책. 7시 호실 이불정리 후 아침식사. 7시 50분 학교 등교. 오후 5시 학교 하교 후 기숙사 입실. 6시 기숙사 자기주도적학습실 지정 좌석에서 자율학습. 12시 인원점검 후 취침. 12시 20분 희망자에 한해 심야 자기주도적 학습.

효암고 1학년 서지우 학생의 하루일과다. 지우가 기숙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8개월 남짓.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 여러 가지 고민도 많았지만 ‘기숙형 학교’라는 점 때문에 이 학교를 선택했다.

사교육 도움 없이 나만의 공부법 찾는다

효암고 기숙사 학생들은 오후 5시 정규수업이 끝나면 밤 11시 반까지 기숙사 자기주도적학습실에서 공부한다. 128명 모두가 지정좌석에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시간은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는 과정이다. 중학교 때까지 사교육에 의지하던 학생도 본격적으로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하는 셈이다.

혼자 공부해 본 적 없는 학생은 초반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다. 옆자리 친구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불안해 괜히 국어 5분, 수학 5분 책을 뒤적이면서 시간을 낭비하기 일쑤다.

하지만 기숙사 학생들에게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두 가지 무기가 있다. 학습플래너 ‘땀’과 매일 상주하는 6명의 지도교사다. 학습플래너 ‘땀’은 다이어리 형식으로 효암고에서 자체 제작한 노트인데, 월단위ㆍ주단위ㆍ일단위로 자신만의 구체적인 학습계획을 기록할 수 있다. 과목별 6명의 교사가 매일 기숙사에 남아 자기주도학습을 지도하고 있는 것도 공부습관을 기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강호갑 교감은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그러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공부법을,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스스로 찾아야 비로소 ‘자기주도학습’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하는 효암고의 학습법 때문인지 교과목 특강 어느 하나 획일적인 것이 없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과목 방과후 심화 특강은 자신의 학업 수준에 따라 선택해 듣도록 했다. 토요특강 역시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학생들과 교사 간 질의응답식으로 진행된다.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줘야 한다’는 당연한 이치를 학습법에도 적용시킨 것이다. 당연히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1학년 주아현 학생은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았으면 아직도 나만의 공부법을 찾지 못했을 것”이라며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대충 넘어가던 습관을 버리고 나니 학습능률이 확실히 좋아졌다”고 자신했다.

사생자치회로 자율ㆍ개방적 기숙생활  

기숙형 학교가 학생들을 가둬놓고 공부만 시킨다면 기숙학원과 다를 게 없는 법. 기숙형 학교이기에 할 수 있는 차별화된 프로그램들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인성교육이 눈에 띈다.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기숙생활을 위한 ‘사생자치회’ 활동이 대표적이다. 일종의 학생회 개념으로 구성된 사생자치회에서는 기숙사 기본생활 수칙을 정하고, 그것을 함께 지켜 나가자는 캠페인을 벌인다. 방 정리와 화장실 청소 등 기숙사 청결 문제도 사생자치회를 중심으로 학생들 스스로 해결해 나간다. 매달 우수생활호실을 정해 외박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참신하다. 

물론 봉사활동도 열심히다.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국어교실을 열고, 홀로 사는 어르신을 찾아 말벗도 해드린다. 연말에는 산타 복장을 하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준다. 매주 수요일에는 멘토링을 맺은 초등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기숙사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송영태 교사는 “아직은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며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학부모와 기숙사 관계자간 소통의 시간을 갖고, 학부모 기숙사 1일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강과 체험활동도 다양하다. 진로와 전공 관련해 명사를 초청한 강연이 열리기도 하고, 우수대학에 진학한 선배들이 대입노하우를 전수하는 특강도 인기다. 과학, 직업 등 각종 박람회에 참여하고, 기숙사 생활 1년을 마무리하며 겨울기차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예체능동아리 인기… 일본과 교류도

학생들이 기숙사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동아리활동이다.

매주 토요일이면 기숙사에서 예체능활동을 즐길 수 있다. 축구, 합창, 기타, 플룻 등 다양한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기분전환 삼아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은 동아리가 아니다. 여기서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예능 동아리 발표회’도 개최한다. 학교 체육대회와는 별도로 기숙사 체육대회도 열린다. 야간산행도 경험해 보고, 일본 고등학생들과의 교류 기회도 가진다.

2학년 권재벽 학생은 “슬럼프에 빠져 공부에 집중이 잘 안될 때 친구들과 축구 한 판하면서 땀에 흠뻑 젖거나, 기타치며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나면 머리가 맑아진다”고 말했다. ‘잘 놀아야 공부도 잘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얘기다. 


임명순 교장은 “인문계 고등학교의 현실적 과제는 대학진학이지만, 그렇다고 기숙사가 학력향상만을 위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며 “공동생활을 통해 남을 배려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인성을 키우는 것이 더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2011년 기숙형 고교로 새출발
우수인재 유출 막고 유입까지

지난 2009년 교육부로부터 ‘기숙형 고교’로 선정된 효암고가 2011년 3월 기숙사 문을 활짝 열었다.

기숙형 고교는 농산어촌, 도농복합도시 등의 지역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정부가 추진해 온 사업으로 2008년부터 2년간 전국 고교 150곳을 선정했다. 경남지역에서 모두 20개교가 선정됐으며 양산지역에서는 효암고가 유일하다.

효암고기숙사는 2천944㎡ 부지에 지상 6층 규모로 128명 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먼거리 통학생과 성적 우수자, 사회적 배려자 등의 학생이 도교육청과 지자체의 지원으로 매월 관리비 2만원, 식비 25만원의 기숙사비를 내고 생활한다.

기숙사는 4인 1실로 운영되며, 2~3층은 남학생, 5~6층은 여학생 침실이 마련돼 있다. 4층은 밝고 쾌적한 자기주도적학습실로 개인별 지정좌석이 있고, 사감교사가 상주하는 교사지도실이 설치돼 있다. 또한 맥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컴퓨터실과 삼삼오오 모여 스터디활동이나 동아리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휴게실 등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임명순 교장은 “지역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수인재 유출을 막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우수인재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효암고는 2007년부터 도교육청 지정 자율학교로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할 수 있었지만 기숙사가 없어 사실상 우수인재 유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기숙사 설립 이후 부산은 물론 포항, 김해, 밀양 등 다른 지역 학생들의 입학문의가 늘어다는 등 긍정적인 효과까지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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