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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창수 동양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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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며 피어나는 매화, 목련, 해바라기, 국화, 이들과 노니는 나비, 잠자리, 풀벌레들을 보고 뒷마당 오동나무에서 울던 매미소리도 다시 들을 수 있었다. 도연명의 귀원전거(歸園田居)에서 보듯 내 고향 자연에 돌아와 원래 품었던 순박한 나의 본성을 찾고자 하던 꿈을 이룬 셈이다. 세속을 떠나 진정 본성으로 돌아왔다.
죽마고우와 함께 중국미술학원이 있는 천하 제1의 항주로 건너가서 지금까지 겪어온 세속에서의 경험과 지식을 그림으로 재현했다. 나는 호기심 있게 듣고 배웠다. 즐거웠다. 당초 6개월의 유학계획을 연기해 2년간 머물렀다. 죽마고우, 수묵에 더욱 친밀해지고 솔직해져 갔다. 다시는 떨어지지 않는 영원한 동반자가 되리라 믿었다.
세속에서 경험하고 배웠던 도교, 유교 등의 동양철학을 중국에서 넓히고 확인한 후, 다시 일본으로 가서 중국과는 또 다른 모습과 특징을 찾아 비교하기도 했다.
2년 반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지난 어린 시절, 고향과 헤어졌던 기간, 그리고 함께 떠난 중국, 일본에서 나눈 일과 경험을 추출하고 정리해 나의 본성을 전하는데 매진했다. 그리워하던 죽마고우를 만난 지 5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그동안의 결실들을 모아 주위에게 전했다.
이제 귀향한 지 9년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니, 그동안 주위 분들에게 5번 얼굴(展示)을 내밀었다. 나의 본성이 진정 무엇이지 확실치 않지만 주위에서 보내주는 조언을 받아 현재를 넘어 미래의 나를 설정하고자 부단히 노력해 왔다. 응원해주시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많은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60세에 만난 죽마고우와 더불어 고향 마을을 넘어 중국, 일본을 오가며 많은 격려와 칭찬, 수상(受賞)을 받아왔다. 더 넓은 세상으로 죽마고우와 함께 여행하고 싶다.
고향 산천의 모습, 인심도 많이 변했지만 마음에 자리 잡은 고향의 정은 나의 마음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오늘도 인생 후반에 죽마고우를 다시 만나게 해 준 고향, 양산 율리 마을에서 부인과 더불어 보낼 수 있어 정말 기쁘다. 도연명의 고향이 율리라고 하니 기연인가? 우연인가?
수묵과 함께 무릉도원(武陵桃園)에 이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