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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양산의 어제와 오늘
밀양댐과 도로 확충으로 잃어버린 옛 정취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11/05 11:23 수정 2013.11.05 11:23
⑪ 배내골의 추억



↑↑ 하늘에서 내려다 본 원동면 선리 장선마을, 배내천이 굽이져 흘러가는 중간에 마을과 송림이 잘 어우러져 있다.
영남알프스의 시작인 울주 가지산 줄기에서 발원해 밀양댐으로 흘러들어가는 이천천은 울주 배내골과 양산 배내골을 아우르는 맑은 물과 아름다운 계곡으로 오랫동안 인근 피서객들의 낙원으로 존재했다. 특히 장선마을 앞 송림 주변은 시원한 그늘과 시냇물이 조화를 이뤄 한여름 더위를 식히기에 더할 나위 없는 피서지였다.
↑↑ 이천천을 따라 내려가면 보를 막아 물이 가득 찬 곳이 나오는데, 여름에는 물놀이 장소로 인기가 있고 겨울에는 꽁꽁 언 얼음판 위를 썰매를 타고 놀기도 했다.


1980년대까지 이곳은 차량의 접근과 통행이 쉽지 않은 곳이었다. 원동면소재지에 있는 역에서부터 배내골까지 하루 두 차례 미니버스가 다니기 시작한 것도 1970년대 와서의 일이다. 원래 배내골은 임진왜란을 피해 숨어들어온 사람들의 후손이라 할 정도로 오지 중의 오지였다. 해방이 되자 빨치산 총본부가 이곳에 설치돼 좌파들의 준동이 끊일 날이 없었고, 이에 대응한 서북청년단에 의해서 온 마을이 불타는 수모를 겪었다.

원동면으로 가려고 해도 험난한 배태고개가 떡 버티고 있어 낭떠러지 같은 산길을 쉬 내려갈 수 없었다. 일제 말엽부터 이곳에 산판이 조성돼 벌목작업이 대규모로 이루어지면서 미군 GMC트럭을 개조해 목재운반에 나섰다고 한다. 원동역으로 이어지는 차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차량의 통행은 어려워 주민들의 불편은 계속됐다. 그러던 중 1971년인가 동면 출신 육군참모총장 서종철 장군이 군사작전도로 개설사업을 추진해 배태고개를 통과하는 도로확장사업을 준공했다. 이후 차량의 통행이 수월하게 되고 1977년부터는 마을버스가 운행하게 됐다.
↑↑ 5, 60년은 됨직한 옛날사진이다. 경비를 맡은 군인들을 불러 식사를 대접하는 장면처럼 보인다.


자연은 본시 개발되지 않은 상태가 가장 수려한 모습을 간직한다고 했던가. 길이 좁고 험해 차량의 통행이 어렵던 그 시절 배내골은 원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천혜의 피서명소였다. 승차인원이 20명도 채 안 되는 승합미니버스에 꽉 들어찬 주민들과 피서객들은 배태고개 가파른 길을 힘겹게 올라가는 버스 창문을 통해 아름다운 산천을 바라보며 자연을 즐기기도 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피서인파로 인해 1987년에는 이곳을 자연발생유원지로 지정했고, 대리 입구에서부터 입장료를 받아 피서객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를 치우는데 쓰기도 했다. 물론 이 일은 마을 청년회가 주축이 돼 해마다 큰 고생을 했다.

배내골 지형이 바뀌게 된 것은 밀양댐 건설부터였다. 1991년 시작된 밀양댐 건설공사는 수자원공사가 주관했다. 밀양, 창녕, 양산 주민들에게 양질의 식수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된 역사(役事)였다. 10년에 걸친 공사 끝에 2001년 11월에 완공했다. 밀양댐을 막고 나서 수질보호를 위해 2000년 11월 10일부로 상수원보호구역이 지정됐다. 그해 6월 양산8경 중 하나로 지정된 직후의 일이었다.
↑↑ 2001년 준공된 밀양댐에 물이 가득찬 모습. 지금은 웅상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수도에 배내골 물을 공급하고 있다.


배내골이 양산시민에게 실체적으로 더 가까워지게 된 것은 지방도 1051호의 개설 덕분이다. 1051지방도는 원래 어곡동과 배내골 간 도로였는데 밀양댐 건설과 함께 밀양시 단장면까지 연장했다. 어곡동과 원동면, 상북면 경계 부근에 자리한 에덴밸리 리조트 건설이 추진되면서 어곡~배내 구간의 지방도 확장공사가 진행됐다. 리조트 내 골프장 개발업체인 (주)신세계개발이 2004년 공사를 시작해 2007년 개통했다. 이 도로는 신불산공원묘원을 관통하며 지나가는 바람에 공포괴담이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로 급경사와 계속되는 비탈로 인해 대형사고가 빈발해 ‘죽음의 도로’로 불려지기까지 했다. 경찰의 대형차량 통행제한조치에도 불구하고 대학생 단체여행버스와 기업체 단체관광버스가 추락하는 대형사고가 잇따랐다. 하지만 양산에서 원동면을 돌아가는 먼길을 피해 배내골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는 지름길이 개통돼 배내골은 이제 가까운 피서지가 됐다.
↑↑ 2001년 3월 어곡과 배내를 잇는 1051호 지방도 에덴밸리리조트 인근에서 대학생 단체가 탄 버스가 추락해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더불어 국가지원지방도 69호선이 추진돼 울주 석남사 입구부터 배내골을 따라 원동면 신리삼거리로 이어지는 4차선 도로가 개통되면서 순식간에 배내골은 부산, 울산 등 대도시 주민들의 나들이 드라이브길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교통이 편리해진 배내골에서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 작목이 눈길을 끌었다. 매년 2월 고로쇠 축제를 비롯해 11월에는 배내골 사과축제가 그것이다. 물론 원동면 지역에서 봄에 열리는 매화축제도 배내골로 이끄는 요인이 되곤 한다.

아주 오랜 옛날, 변란을 피해 이곳에 온 사람들의 후손이 일궈놓은 산골마을 배내골은 오랜 세월 동안 양산의 허파 노릇을 톡톡히 했다. 청정자연의 대명사로 도시 인근에 위치한 관광명소였던 것이다. 지금도 원동면 일대의 원동역사와 매화축제, 천태산 등산과 더불어 양산8경으로서의 명성을 간직하고 있는 배내골이야말로 우리 양산이 자랑하는 천혜의 관광자원임에 틀림이 없다.
↑↑ 원동초등학교 이천분교의 가을운동회 모습이다. 만국기가 걸린 가운데 줄다리기를 하는데 학생들보다 주민들이 더 많이 보인다.


특히 댐 건설 이후 물에 들어가 노니는 행위는 위축됐지만 주변 지역에 넓게 자리한 펜션가는 짐짓 유럽의 어느 휴양도시에 와 있는 착각에 들게도 한다. 아직까지도 도시의 오염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 배내골이 자손대대로 청정자연을 보존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하겠다.
 
↑↑ 정동찬
양산향토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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