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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아호 호당(湖堂) 2001년 <한국문인> 등단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부지부장 부경대학교 강사 시집 <푸른 파도에게>(2004), <겹무늬 조각보>(2012) 수필집 <기억 저편의 풍경>(학마을, 20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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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얇은 목도리를 목에 감은 노인 하나가
광안 지하철역 앞 모퉁이에 서서
길 건너 빌딩의 불빛을 바라보며 떨고 있었다
어디로 가려던 길일까
찬바람에 날리는 목도리
푸르스름한 깃이 괭이갈매기 날개 같았다
빌딩 유리창에
콕콕 갖다 대는 부리 같았다
따뜻한 데라곤 없는 밤
저 불빛 속으로 들어가 몸 누일
따스한 방 한 칸 마련하고 싶었던 것일까
활처럼 휜 노인의 등이 간절하다 싶은 순간
어둠에 섞여 희미하게 사라진다
세차게 부는 바람소리가
유리에 부딪쳐 끼룩대는 갈매기 울음소리 같았다
파닥거리며 떨어지는 날갯짓소리 같았다
바람 매서운 겨울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