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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시] 괭이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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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시] 괭이갈매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11/05 11:31 수정 2013.11.05 11:31



 
↑↑ 김순아
아호 호당(湖堂)
2001년 <한국문인> 등단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부지부장
부경대학교 강사
시집 <푸른 파도에게>(2004), <겹무늬 조각보>(2012)
수필집 <기억 저편의 풍경>(학마을, 2005)
 
찬바람 몰아치는 영하의 밤이었다

낡고 얇은 목도리를 목에 감은 노인 하나가

광안 지하철역 앞 모퉁이에 서서

길 건너 빌딩의 불빛을 바라보며 떨고 있었다

어디로 가려던 길일까

찬바람에 날리는 목도리

푸르스름한 깃이 괭이갈매기 날개 같았다

빌딩 유리창에

콕콕 갖다 대는 부리 같았다

따뜻한 데라곤 없는 밤

저 불빛 속으로 들어가 몸 누일

따스한 방 한 칸 마련하고 싶었던 것일까

활처럼 휜 노인의 등이 간절하다 싶은 순간

어둠에 섞여 희미하게 사라진다

세차게 부는 바람소리가

유리에 부딪쳐 끼룩대는 갈매기 울음소리 같았다

파닥거리며 떨어지는 날갯짓소리 같았다

바람 매서운 겨울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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