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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풍성해진 음식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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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풍성해진 음식축제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11/12 11:30 수정 2013.11.12 11:30



 
↑↑ 이경임
동원과학기술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교수
 
견디기 힘겨웠던 무더위도 어느새 저만치 가버리고 한 달 내내 달고 있는 감기가 찬바람에 더 심해질까 목도리를 꼭꼭 여미며 지낸다. 때문에 가을의 선선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받는 행복감도 느껴보지 못한 채 살고 있으니….  

요즘 한국의 가을은 온통 축제로 왁자지껄하다. 지방에서 열리는 축제도 이젠 국내를 넘어 국제라는 타이틀을 걸고 격상돼 있다. 그만큼 규모와 내용이 방대해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가장 한국답고 전통적인 지역 행사가 세계인들에게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적인 놀이와 자연의 풍성함을 찾아 가을 축제장으로 떠나 보고 싶은 생각이 늘 마음속에 꽉 차 있는데 바삐 돌아가는 조직사회에 얽매여 살아가니 시간내기가 만만치 않다. 그런 가운데 다행히 축제에 음식이 빠질 수 없다보니 관련된 일을 하는 나에게 가끔은 행사에 동참할 수 있고 축제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도 한다.

좁은 국토이지만 우리나라에는 계절과 지역에 따라 최고로 내세우는 특산물이 있다. 가을엔 더욱 풍성하다. 그래서 축제장에는 이런 먹거리를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특히 공짜로 시식하거나 기념품을 얻게 될 때는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기분이 좋아진다. 난 이런 곳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사기도 하고 현재 음식의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 늘 사진을 많이 찍고 가방 가득 홍보지와 자료를 담아온다.

어느 때부터인지 음식전시와 요리대회는 축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테마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봄과 가을에 대학에서 조리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바쁘다. 올 가을에는 특히 9월부터 시작해 10월에는 절정을 이뤘다. 관심 많은 학생은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교수의 추천을 받아 이곳저곳 요리대회를 찾아 신청서를 내고 대회에 출품할 작품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덕분에 학생의 실력이 부쩍 늘고 상장과 부상, 때론 적잖은 상금도 받게 돼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받기도 하고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게 된다. 그러나 한편 원하는 상을 받지 못한데 대한 실망감에 주최측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음식과 맛은 주관적이라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 항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계속 참여하다 보면 어느새 실력이 향상돼 있음을 느끼게 된다.

지역의 특산품을 조사하고 조리법을 연구하게 되며 음식을 담을 그릇, 장식에 대한 연구, 스토리텔링을 생각하는 등 스스로 많은 공부가 된다. 또 전시나 경연을 통해 타인에게 나 자신을 알리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도 된다. 더불어 상을 받아 스펙을 쌓는 것에 못지않게 젊은 날의 좋은 추억거리도 될 것이다.

한편, 이런 축제를 돌아볼 때 때때로 음식축제가 너무 많고 특징 없이 비슷해 반복에서 오는 낭비와 희소가치의 상실이 큰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요란스런 행사 뒤에 상을 타거나 참가한 작품에 대한 분석이나 활용이 없이 사장되고 매년 반복되는 비슷한 음식 축제는 식상함과 단순한 재미, 흥미만을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지자체에서는 각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향토음식을 더욱 육성하고 발굴해 지역별로 맛의 차별화와 자원의 특화가 필요할 것이다. 즉 지역의 음식자원을 분석해 가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자원을 상품으로 내세우고, 음식자원과 유사한 지역의 특산품을 제공해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된 자원으로 개발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규모가 작아도 좀 더 가치 있고 완성도 높은 음식축제를 기대한다.

15년 전 일본 도야마에 잠시 머무르며 연구한 적이 있다. TV에서 매일같이 나오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느라 정신이 없으면서도 즐거웠다. 동료들과 마츠리를 찾아다니며 음식 맛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 당시엔 우리나라에 축제가 생소했고 외식산업도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겐 신선한 문화로 다가왔다. 그런데 요즘 한국은 일본을 넘어서서 전 세계로 한식을 알리며 김치와 비빔밥을 모르고는 한국문화를 안다고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음식에 관한 정보가 인터넷과 TV에 도배를 하고 있고 각종 음식문화 행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요즘 요리사는 선호하는 유망한 직업으로 부상되고 있고 외식업체 창업이 줄을 서며, 대학마다 외식조리과가 생겨 학생으로 넘쳐난다. 이젠 음식이란 먹고 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즐기는 식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한편으로 식품산업이 방대해지면서 먹거리에 많은 문제점과 불신도 쌓이고 있다. 음식축제는 분명 국민 모두에게 음식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키고 우리의 식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론 음식축제를 통해 지역의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국민 모두의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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