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로라 석굴사원은 그 규모나 건축물의 정제미, 다양성 등에 있어 단연 돋보이는 유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불교와 힌두교, 자이나교 등 세 종교 사원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대단히 인상적인 유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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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부터 아리랑, 쓰리랑에 대해서 관련 책과 인터넷 등을 뒤져보고 여러가지 자료를 찾아보니 너무 많은 학설이 있어서 놀랐다. 그만큼 여러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도 제대로 근원을 밝히지 못했다는 뜻도 된다.
비록 학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견해 중 하나일지라도 아리람, 쓰리람의 사례가 인도어에 있다는 것을 흥미 차원에서라도 살펴보자.
우선 인도어의 아리, 쓰리의 어원을 살펴보자.
Arya라는 용어는 1853년에 막스 뮐러가 ‘아리안 인종’이라는 가설에 의거해 도입했으나, 1888년에 이를 번복해 혈통이나 피부색을 말하는 인종개념이 아니고 단지 아리안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막스 뮐러는 아리아의 어원을 농사와 경작을 의미하는 ‘아ㄹ(ar)’로 본다. 이렇게 보면 아리안이 중앙아시아를 거쳐 들어온 유목민이라는 주장 보다는 농경을 하는 정착민이라는 주장도 가능해 진다. 산스크리트-영어 사전에 의하면 아리아는 훌륭한, 존경하는 의미를 가지고 나아가서 선생님, 아버지, 법, 부처의 의미도 있다고 한다.
↑↑ 김해 엘로라 수로왕릉의 쌍어문(雙魚紋). 가락국의 국장(國章)으로 추정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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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디 단어 aryavarta와 팔리어 단어 ariyam ayatanam은 ‘아리안이 사는 나라’라는 뜻이다. 타밀 문학에서는 북인도의 왕들을 Aryan kings 으로 불렀다.
‘쓰리’와 관련해서 의미 있는 것은 Sri raja 를 Maha raja 라고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maha는 ‘위대한’ 혹은 ‘커다란’의 뜻이고, raja는 왕을 의미한다. 따라서 sri는 요즈음 이름 앞에 붙이는 Mr.라는 뜻 외에도 전에는 ‘존경하는’ ‘위대한’ ‘커다란’이란 뜻으로 왕과 같이 높은 사람 앞에 붙이는 접두어였다. 스리랑카는 타밀어로 Sri(위대한)+ilangai(강 또는 섬의 뜻)에서 나온 단어라고 한다.
위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아리’=‘스리’ = ‘존경하는, 고귀한, 위대한, 훌륭한’=‘높은 지위의 사람이나 신의 이름 앞에 붙이는 접두어’ 라고 말할 수 있다.
타밀나두 여기저기에는 ‘아리람’이라는 사원이 많이 있다. 여기의 ‘아리’도 ‘쓰리’처럼 ‘위대한’ 또는 ‘존경하는’이라는 뜻을 가진 존칭이므로 훌륭한 사람이나 신의 이름 앞에 붙인다는 점에서 같은 역할을 한다.
↑↑ 인도 아요디아(옛 아유타국) 힌두교 사원의 쌍어문 조각은 가야의 사돈국이라는 강력한 증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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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람, 쓰리람은 북인도보다는 남인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남인도 타밀나두 지역에는 여행지로 아주 유명한 ‘스리랑감’ 템플이 있다 뒤에 붙은 ‘감’은 접미사 ‘am’으로서 타밀어의 지명 뒤에 흔히 붙는다. 그리고 앞의 ‘쓰리’는 존경하는 사람 앞에 붙이는 존칭이다. 영어로 Mr.라고 흔히 말하지만 그 보다는 좀더 존칭의 어감이 강하다. 따라서 쓰리랑감 템플은 존경하는 라마 신의 사원을 뜻한다.
북인도의 아요디야는 종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원래 힌두교의 성지였는데 이슬람세력이 들어왔을 때 힌두사원을 부수고 무슬림 사원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1992년에 힌두들이 아요디야를 탈환한다고 하여 무슬림들과 큰 충돌을 빚어 사회 문제로 비화됐다. 힌두들은 이 아요디아를 스리 람(Shri Ram)의 탄생 장소라고 해 아주 중요한 성지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는 가야의 김수로왕에게 시집온 허황옥이 아유타국 출신 공주라고 하는데, 아유타 국이 바로 아요디야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람’만 신이 아니라 아리(ari), 스리(Sri)도 신의 뜻을 갖는 사례가 있다.
↑↑ 리그베다는 인도인들이 집에서 성경처럼 읽는 일종의 이야기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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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자체가 ‘신’을 의미한다면 우리나라 불교에서 ‘수리 수리 마하수리’라는 말은 ‘스리신님 스리신님 위대한 스리신님’ 이라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마하’는 ‘커다란, 위대한’의 뜻이다.
지금까지 인도어에서 아리람, 쓰리람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한국어의 아리랑, 쓰리랑과의 연결고리는 거의 찾지 못하였다. 단지 아리 와 스리가 ‘신(神)’의 뜻을 가진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아리랑, 스리랑과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았다.
우리나라의 ‘아리랑 쓰리랑’의 어원을 찾아보던 중 우리말과 인도어를 연결시킬 만한 실마리 하나는 바로 조선시대의 부적이었다. 부적은 가운데에 한자로 ‘牛痘神’ 이라고 세로로 써 있고, 좌측 세로에 한글로 ‘마마귀신’, 우측 세로에 ‘아라리랑’이라고 써져 있었다. 우리의 ‘아리랑’이 ‘신’과 관련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의 아리람, 쓰리람이 신의 뜻을 가진 것처럼 한국의 아리랑이 신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양쪽을 연결시킬 수 있는 좋은 자료로 생각된다.
또 하나 현재 근거는 찾지 못하였지만 인도어의 ‘뿌자’(pooja)는 우리로는 일종의 ‘고사’지내는 의식을 말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문양들이 우리의 ‘부적’으로 흔적이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의 부적을 인도의 관련 문양과 연결지어 공부해 본다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