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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이슬람의 세계지배와 다종교 사회..
오피니언

[화요살롱] 이슬람의 세계지배와 다종교 사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11/19 14:41 수정 2013.11.19 02:41



 
↑↑ 신원용
영산대학교 아세안비즈니스학과 교수
 
우리는 다문화 다인종 다종교 시대를 살고 있다. 특히 이런 다문화 다종교 상황에서 타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경향을 보이는 한국사회는 미래에 종교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최근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높아짐에 따라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과 비판적 시선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한 2년 전부터 인터넷 공간에서 주목을 받은 여러 동영상의 주된 내용은 50년 안에 세계는 이슬람화 될 것이며, 다문화 사회를 거쳐 한국도 이슬람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객관적인 이해와 균형 잡힌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2009년 3월에 유튜브에 올라온 ‘무슬림 데모그라픽스(Muslim Demographics)’ 라 불리는 동영상을 들 수 있다. “유럽에 무슬림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슬람권 이주자들의 높은 출산율 덕분이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50년 안에 유럽과 미국이 이슬람 국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2012년 말 1천600만명 이상이 이 동영상을 봤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한글 자막을 넣은 한국어판 편집 동영상이 소개됐다. 차분하게 동영상 ‘무슬림 데모그리픽스’에서의 주장을 검증해보기로 하자. 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정보와 왜곡된 자료가 뒤섞여 있기에 시청자로 하여금 오해할 소지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1. <프랑스의 경우 한 가정당 1.8명, 무슬림 가정은 8.1명의 자녀가 있다. 20세 이하의 30%가 무슬림이다. 2027년에는 프랑스 인구의 20%가 무슬림이 될 것이다. 39년 안에 프랑스는 이슬람 국가가 될 것이다>

이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한 가정당 평균 8명의 자녀를 갖는 나라는 없다. 프랑스 내 무슬림 이민자를 중심으로 보자. 이전 프랑스 식민지 출신이 대부분으로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와 터키 등 4개국 출신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어떤 자료를 보더라도 프랑스 무슬림 자녀 가정의 출산율이 한 가정당 8명에 이른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일부 이슬람 국가의 무슬림 가정의 자녀가 많다는 이유로 모든 이슬람 국가, 모든 무슬림 가정의 자녀가 많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이다.

2. <네덜란드의 경우 모든 신생아의 50%가 무슬림이다. 15년 이내에 네덜란드 인구의 절반이 무슬림이 될 것이다>

네덜란드 전체 인구는 1천660여만명이지만 거주하는 무슬림은 최대 100만명 미만으로 전체 인구 대비 6%에 해당한다. 네덜란드의 출산율은 1.66명으로 신생아의 절반 가량이 무슬림이 되려면 한 가정당 26명의 자녀를 낳아야 한다. 네덜란드의 무슬림은 터키와 모로코 출신이 전체 무슬림 인구의 2/3를 차지한다. 터키의 출산율은 1.87명이고, 모로코는 2.57명이다. 100만도 안 되는 네덜란드 내 무슬림 인구가 15년 사이에 1천560만명의 비무슬림 인구를 앞지를 수 없다.

3. <벨기에의 경우 전체 인구의 25%, 신생아의 50%가 무슬림이다>

2008년의 벨기에 정부와 민간 연구 기관의 공식 통계 자료에 따르면 벨기에 전체 무슬림 인구는 6%에 불과하다. 이슬람권 이주자 가운데 모로코와 터키 출신이 2/3에 이르며, 앞서 네델란드의 경우처럼 두 국가의 본국의 출산율은 각각 2.57명과 1.87명이다.

4. <향후 17년 뒤인 2025년이 되면 유럽 국가 어린이의 1/3이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날 것이다>

현재 유럽연합 내에서 4% 정도인 무슬림 인구 비율이 15년 뒤 전체 유럽 인구의 1/3 수준까지 높아지지 않으면 이런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 그런데 정통 유럽인과 이슬람권 이주자 가정의 출산율은 큰 차이가 없다. 이 밖에도 독일이 2050년에는 무슬림국가가 될 거라는 주장도 있다.

유럽 인구는 4억9천100만명으로 이 가운데 4%인 1천960만명 정도가 무슬림이다. 50년 안에 유럽과 미국이 이슬람 국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왜곡이 심하다.

그런데 이런 동영상을 보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무슬림은 많은 수의 자녀를 낳고 있다는 오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무슬림이 비무슬림보다 더 많은 자녀를 출산한다는 것도 일종의 묵은 편견에 가깝다. 무슬림 국가 가운데는 출산율이 전 세계 평균치인 2.5명 안팎에도 못 미치는 나라도 있다. 터키와 이란의 출산율이 2명 이하다. 이집트는 출산율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저출산 정책 때문이다. 세계 평균 출산율 이하를 차지하는 이슬람 국가도 많다. 이슬람 국가보다 아프리카 지역의 출산율이 월등히 높다. 무슬림의 고출산율에 대한 근거가 부족함을 보여 준다.

다문화 다종교 현상이 가속되면서 종교의 자리는 좁아질 것이라고 예측한 사회학자도 있지만 실제는 그 반대다. 종교 간 갈등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데 자기 종교만을 고집하다보면 종교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인 평화를 깨는 모순을 조장하고 만다. 다른 종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다양할 수 있다. 어느 주장이 ‘맞다’거나 ‘그르다’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다른 종교의 오류를 증명하는 것은 자기 신앙의 진리성을 밝히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다만 우리는 자신의 신앙과 가치를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 나와 다른 관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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