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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골목상권의 강소업체
입소문 ‘빵빵한’ 맛있는 빵집 “프랜차이즈야 한판 붙자”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3/11/19 14:50 수정 2013.11.19 02:52
⑩ 수제베이커리 ‘이덕수 과자점’





식용유지가 들어간 미끌거리고 느끼한 크림 케이크뿐이었던 우리나라에 ‘순 우유 생크림 케이크’를 처음 소개해 빵을 좋아하는 시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크라운 베이커리. 더불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과점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크라운베이커리가 25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이렇게 대형업체인 빵가게도 더 큰 업체의 위세에 눌려 문을 닫는 마당에 동네 빵집은 오죽하랴?

하지만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오로지 맛과 정직함으로 승부하는 우리 동네 빵집이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당히 프랜차이즈 제과점 옆에 문을 열어 맞짱 한 번 제대로 붙고 있는 빵집이 있다. 물금읍 범어리의 이덕수 과자점이 그 주인공이다.


프랜차이즈 옆에 빵집 열어
“고객 빼앗기지 말고 빼앗자”


3년 전 이덕수 대표는 빵집을 준비하며 큰 고민에 빠졌다. 20년 넘게 제과제빵기술자로 살며 대한민국 제과기능장 타이틀까지 가진 이 대표였지만, 먼저 빵집을 차린 선배와 친구의 얘기에 걱정이 앞섰다. 제과제빵기술자 빵집 옆에는 1~2년 이내에 반드시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들어선다고. 2년여 동안 겨우 만들어 놓은 상권을 고스란히 빼앗겨 매출이 떨어지고, 자금악화로 다양한 상품을 만들지 못해 경쟁력도 하락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대표는 결심했다. “내가 프랜차이즈 옆으로 가자. 빼앗기지 말고 빼앗자”고. 프랜차이즈가 입점해 있는 수많은 장소를 물색하며 매출은 얼마이고, 배송은 언제 얼마나 어떻게 이뤄지는지 꼼꼼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차 안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동향을 살피기도 했다.

“물금읍 범어리의 지금 위치를 보며 ‘딱 여기다!’ 싶었어요. 신도시에 젊은 부부들도 많아 맛은 물론 건강도 생각하는 고객을 잡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100% 우리밀로 만드는 아이들 과자에 인공보존제와 유화제를 전혀 쓰지 않는 건강빵, 무엇보다 빵맛에는 자신있었으니까요”

이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고객들이 제과기능장이 직접 만든 수제베이커리에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젊은 부부와 건강을 생각하는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년의 노력으로 일군 제과제빵기술과 경영자로서의 판단력이 조화를 이뤄 인기 빵집으로 입소문 나기 시작했다.


인공보존료ㆍ유화제 전혀 쓰지 않아
우리 밀 고집, 팥도 직접 끊여 사용


이덕수 제과점의 소문은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누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입방정을 떨었나. 기자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제과제빵 기술과 이 대표만의 경영노하우는 고객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 대표는 빵을 만드는데 어떠한 인공보존료나 유화제를 쓰지 않는다. 자연히 빵이 부풀어 오르는 정도가 작아 반죽에 더 큰 공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건강은 물론 그 담백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 원칙을 절대 고수하고 있다.

또 아이들이 즐겨 먹는 과자류는 100% 우리 밀만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유기농 빵 등 30~40%의 제품을 우리밀로 만들어 내고 있는데, 내년에는 밀 계약재배를 통해 점차적으로 전량 우리 밀만 쓰겠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다. 팥빵 등에 들어가는 팥도 국산 팥을 사서 직접 끊여 사용하고 있다. 마가린은 절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버터로만 빵을 만든다. 케잌에 들어가는 과일 역시 통조림 과일은 일절 없다. 제철 과일을 현지에서 공수해 와 케잌는 물론 쨈까지 직접 만들고 있다.

“왜 이렇게 까다롭게 하냐는 핀잔도 듣지만, 빵맛이 좋아질 수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죠. 요즘은 빵 종류도 다양하고 먹기 아까울 만큼 디자인에 신경 쓴 빵도 많아요. 하지만 역시 빵은 ‘맛’이 있어야 진정한 ‘빵’으로서의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해요.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정직하게 사용한 빵은 맛이 절대 배신하는 일이 없거든요”

빵맛을 지키기 위해 이 대표가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는 철칙이 또 하나 있다. 그날 만든 빵만 판다는 것. 남은 빵은 양산종합사회복지관에 전량 기증하고 있다.

“며칠 지난 빵도 먹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죠. 하지만 고객은 가게에서 빵을 사가면 다음날 그 다음날까지 두고 드시는데 그 맛이 그날 만든 빵만 하겠어요? 하루라도 더 빵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대한 좋은 빵만 판매하고 싶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빵이 맛있다’는 말인 동시에 가장 두려워하는 말이 ‘빵이 맛없다’는 말이거든요. 하하”


제과기능장에 각종 경연대회 입상
“빵맛에 대한 자신감 없으면 안 돼”


이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내 빵이 가장 맛있다는 자신감과 고집이 없다면 빵집을 차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물론 그런 자신감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연구와 노력은 물론 냉정한 평가와 실패를 경험해야 비로소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다. 빵집 내부 한 쪽 벽면을 가득 메운 상장이 이 대표의 말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었다.

서울국제빵과자경진대회, 미국캘리포니아레진콘테스트, 미국유제품베이커리경연대회, 호두제품경연대회, 크림치즈제품경연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상위 입상을 거머쥔 상장들이다. 제과기능장 자격을 딴 2006년을 제외하고는 2001년부터 2012년까지 매해 수상을 한 셈이다.

“내가 만든 빵을 명장, 맛칼럼리스트 등 전문가에게 평가받고 실력을 견줘볼 수 있는 각종 대회는 제빵기술자들에게 꼭 필요한 경험인 것 같아요.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해야만 하잖아요. 이제는 대한민국에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제과명장’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제과제빵기술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계단이 아닌 엘리베이터를 타고 정상으로 가고 싶다는 허영심을 버렸으면 해요. 빵은 너무나 정직해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맛있는 빵이 만들어지지 않아요. 요즘은 많은 대학에서 제과제빵 기술을 가르쳐 주고,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현장을 경험하며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조금 힘들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해 버리죠. 직업에 대한 자부심, 빵맛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해요”

문의  36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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