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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성 영산대학교 총장비서실장 국제지역학 박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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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당장 큰돈 투자하지 않고 인생역전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은 확률이 아무리 낮다 해도 뿌리치기 힘든 달콤한 유혹이다. 로또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밤새워가며 머리를 짜내는 사람을 보면서 차라리 그 시간을 좀 더 생산적인 일에 투자하라고 충고한 적이 있는데 소귀에 경 읽기였다.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 내가 처한 상황 속에서 어떤 것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기적 같은 역전이나 대박을 꿈꾼다. 현재의 삶이 불만족스러울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막상 기적이 일어나도 행복해지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복권당첨자의 후일담을 조사한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대박의 꿈을 이룬 대부분의 복권당첨자는 이혼하거나 돈 문제로 가정파탄을 겪었다고 한다. 복권 당첨 전보다 더 불행해지는 경우가 오히려 많았다는 기사를 보고 나 역시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굴레처럼 나를 옭아매고 있다고 느껴지고 한없이 자신의 삶이 누추하게 느껴질 때, 나는 오래전 읽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곤 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삶이 불만인 한 젊은이가 있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견딜 수 없었던 젊은이는 기적을 보고 싶었다. 그는 어느 날 날마다 기적을 일으킨다는 도인이 ‘도중도’라는 외딴 섬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젊은이는 그 섬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포구에 이르렀는데 때마침 바다에는 폭풍경보가 내려져 있었다. 젊은이는 여인숙을 찾아갔는데 도중도에 산다는 한 노인과 합숙해야 하는 방을 하나 구할 수 있었다. 젊은이는 지루하고 답답해서 낮잠을 한숨 늘어지게 잤다. 노인을 찾아보니 노인은 개울가에서 속것이며 양말 등속을 빨고 있었다.
“날씨가 나쁜데 무슨 빨래를 합니까?”
“빨래는 바람에 더 잘 마르는 걸요”
젊은이는 선술집에 가서 술에 젖어 돌아왔다. 노인은 윗목의 씨고구마 동이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것은 주인네가 할 일이 아닙니까?”
“누가 하든 우리의 생명을 늘리는 일인걸요”
노인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드디어 사흘 만에 날이 갰다. 여인숙을 나서며 노인은 젊은이에게 왜 섬에 가려는지 물었다. 젊은이는 날마다 기적을 행하고 있다는 도인을 만나러 간다고 대답했다. 노인은 선창 쪽으로 발을 옮겨 놓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자네는 이미 기적을 보았소이다. 어디서나 지금에 최선을 다해 의롭게 살면 그날이 곧 기적의 새날이요, 그렇지 못하면 반복의 묵은 날입니다. 이번에 나와 함께 지낸 사흘이 당신이 보고자 한 그 도력의 전부이니 따로 더 볼 것이 없습니다. 그만 돌아가시구려”
우리에게 주어진 매일의 삶을 날마다 새로운 기대와 사랑을 가지고 산다면 우리의 전 생애가 기적처럼 새로운 인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매일의 삶을 마지못해 되는 대로 살아버린다면 인생은 지겨운 반복의 묵은 날일 뿐이다.
결국, 기적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이다. 당첨 확률 없는 로또에 목매달기보다는 확실하게 내가 만들 수 있는 기적을 오늘 내 삶에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쉬운 일상탈출의 길이 아닐까. 왜 사람은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에 더 집착하는 것일까.
가끔 풀밭에 나가면 너도나도 ‘행운’의 네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내 책갈피에도 어렵게 찾아낸 ‘행운’의 네잎 클로버가 곱게 말려 꽂혀 있다. 하지만 지천에 널려 있어 우습게 생각했던 세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네잎 클로버 찾는 일이 시들해졌다. 지천에 널려있는 소중한 ‘행복’은 외면하고 뜻밖의 ‘행운’ 찾기에만 골몰하는 일이 왠지 어리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행복’을 무심히 짓밟고 있는 것이 다른 무엇이 아니라 바로 내 발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섬뜩함을 잊을 수 없다.
오늘 이 순간, 지금 이 자리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생각한다면 기적은 이미 일어난 것이다. 오늘 하루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활짝 웃어줄 수만 있다면 기적은 시작된 것이다.
나는 그저 내가 만들 수 있는 기적을 만들며 살고 싶다.
내가 매일 만드는 작은 기적들이 나에게, 가족에게, 세상에 로또복권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