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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한방칼럼] 수족냉증
오피니언

[한방칼럼] 수족냉증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12/17 09:38 수정 2013.12.17 09:38



 
↑↑ 주재용
해산한의원 원장
 
달포 전에 예민한 인상의 한 중년여성이 진료실을 찾았다. 피부가 하얗고 이목구비가 또렷한 보기 드문 미인이었지만 입술색은 어두웠으며, 좁은 어깨를 웅크리고 앉아 짜증이 나는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녀의 주소증은 ‘수족냉증’이었다. 온몸이 시리고 관절이 아픈데 특히 손발이 너무 차서 악수하기도 민망할 정도며, 심지어 여름에도 양말을 신어야 잠을 잘 수 있다고 했다.

본래 몸이 찬 체질인데다 어혈로 인한 한랭성 순환장애가 있으며, 갱년기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변동도 하나의 원인이 돼 수족냉증이 심해진 것이라 판단됐다. 따라서 체내어혈을 제거하고 기혈순환을 도우면서 속을 따뜻하게 해 주는 한약을 처방했다.

물론 수족냉증이 혈액순환장애나 호르몬의 변화로만 생기는 것은 아니며, 자율신경계의 이상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특정 질환(레이노증후군, 척추디스크, 수근관증후군, 말초신경염 등)의 한 증상으로서 수족냉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체계적인 검사와 진단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손발이 차지는 원인을 혈액순환장애, 기허, 비위허, 신양허, 혈허 등으로 구분하고, 환자의 체질과 병리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변증을 통해 한약, 침, 뜸, 봉침, 약침, 추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한다.
민간에서 체질을 고려하지 않고 손발이 차다고 해 무조건 더운 성질의 약초를 달여서 마시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소음인의 경우는 복부도 차갑고 손발을 비롯한 전신이 냉하므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인삼이나 계피, 생강 등이 좋은 약이다. 하지만 소양인의 경우 열의 편중에 의해 가슴과 머리에는 열이 많고 손발은 차가워지기 쉬운데, 이럴 때 손발이 차다고 뜨거운 약을 먹으면 상체로는  열이 나고 손발은 더 차게 돼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상체의 열을 내려주는 치료를 통해 전신의 열을 조절함으로써 저절로 손발이 따뜻해지게 해야 한다.

며칠 전 길거리에서 “원장님!”하고 부르며 누군가 손을 내미는데 엉겁결에 손을 마주 쥐며 놀란 눈으로 쳐다보니 그때 그녀였다. “손이 많이 따뜻해졌죠? 이제 손에서 땀도 좀 나요” 자랑스레 말하곤 밝게 웃으며 뒤돌아 뛰어가는 그녀의 등 뒤로 가느다란 겨울 햇살이 반짝인다. 올해는 유난히 길고 추운 겨울이 되리라는 기상예보도 있는데, 그녀의 겨울이 따뜻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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