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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문화도시 양산, 공론(空論)과 공론(公論)의 ..
오피니언

[화요살롱] 문화도시 양산, 공론(空論)과 공론(公論)의 사이에서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12/17 09:49 수정 2013.12.17 09:49



지난 4일 양산문화원에서 진행됐던 ‘아시아 도시포럼’은 아시아 도시 간 교류와 협력증진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고, 선진도시 벤치마킹에 의한 도시이미지 제고와 도시브랜드 마케팅 향상에 목표를 두고 열렸는데, 양산에서 국제포럼이 진행됐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이어 5일 양산유물전시관에서 진행됐던 ‘양산유물 환수운동 학술발표대회-신라시대 양산과 부부총 출토유물의 고고학적 위상’은 양산사람으로서 자긍심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소중한 기회였다.

‘아시아 도시포럼’ 주최를 주도했던 아시아도시연맹 이사장인 윤영석 국회의원은 일찍이 양산의 브랜드를 문화관광도시로 집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절대 공감을 해 오고 있던 필자는 관심 있게 포럼을 경청했다.
특히 두 번째 세션 ‘양산의 도시브랜드 발전전략 연구’는 중요한 시사를 던져줬다.

도시브랜드 구성요소와 전략에서 다뤄졌듯 연계성, 지속성, 차별화의 측면에서 보면 양산은 개성이 없는 듯 여겨진다. 필자가 양산시 관계자에게 질문했던 내용도 “과연 양산시정의 슬로건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Active 양산’이라는 슬로건 아래 ‘기업하기 제일 좋은 도시’, ‘여성친화도시’, ‘명품교육도시’, ‘건강도시’, 최근에는 ‘양산지명 600주년’과 함께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기도 한다. 다각화 전략도 좋지만 인적, 조직, 제도적으로 집중도를 발휘, 강화ㆍ확대해 재생산하기에는 너무 분산돼 고답적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양산뿐 아니라 전국의 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도시개발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으며, 지자체장 모두 이러한 사업을 가장 큰 역점사업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확대해 보면 새 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니 문화융성이니 온갖 분야에서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지 않은가?

양산을 이야기할 때 매번 내세우는 것은 천연고찰 통도사와 천성산, 영축산, 낙동강을 낀 천혜의 자연환경, 항만과 내륙을 연결하는 교통인프라,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을 위시한 의생명 및 항노화 등이다. 그러나 이미 오래 전 의료복합단지 유치 실패로 그 자리에는 대체안으로 거론됐던 국책사업도 타당성 조사에서 부적격으로 결정되며 급기야는 산업단지 조성으로 이어지면서 지역주민과의 마찰 속에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태다.

또한 양산의 정기라 불리는 천성산도 지난 모자이크 사업에서 계속 거론되다 유보 상태에서 도지사 보궐선거에서도 천성산 생명ㆍ치유단지 공약사항으로만 이용됐을 뿐, 경남의 18개 시ㆍ군 가운데 시 단위에서는 유일하게 제외된 지역이다. 전국에서 산림분포도가 세 번째인 경남, 그 중 산청, 거창, 함양에 이어 네 번째로 산림비율이 높고, 건강도시를 이야기하면서도 산업화로 인한 산지개발의 압력만 가중될 뿐 수목원, 휴양림, 산림생태체험교육장 같은 시설을 서부경남에 다 내주고 있다.

‘양산유물 환수운동 학술발표대회’는 그동안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부분을 좀 더 구체화시켜 줬고, 부부총과 더불어 금조총, 신기산성 등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과거 삼국시대에 있어 양산(삽량주)의 영화와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케 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필자는 10여년 전 일본 유학생활 중 접했던 ‘재일조선문화유산 반환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 6년 전 도쿄국립박물관에서 만났던 내 고향 유물에 일찍이 역사의 중요성을 느끼며 ‘북정동 고분군의 비밀을 찾아서’란 주제로 어린이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지 3년째다. 아울러 아이들과 함께 연 2회 북정동 고분군을 찾아 교육활동을 해오면서도 피상적으로 접근했던 모습에 반성도 해보게 됐다.

관념(Conception)을 지각(Preception)해 실행(Practice, Action)으로 바꾸는 데 있어 관념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동안 ‘개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일반 시민이 양산에 대한 역사와 문화적 역량에 대해서 지각할 기회가 많지 않았음은 사실이다. 위와 같은 두 행사는 양산의 과거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며 역사적 정체성을 찾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돼야 마땅하다.

앞으로도 시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지속적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화제 개발이 필요하다. 많은 담론을 유효적절하게 화제의 중심으로 부각시키고 발산될 수 있는 장(場)도 계속 펼쳐져야 하며, 이론 중심의 학자와 실행의 중심이 되는 실무진, 포용성과 추진성을 겸비한 행정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도시포럼, 학술대회에서 개회사와 행사안내를 마치고 일제히 자리를 뜨는 관료들의 모습 뒤로 참가자 대부분이 50대 이후의 기성세대가 많았다. 인식의 저변 확산과 여러 담론의 견해를 좁혀 나가기 위해서 제반 사안에 대해 들려주고, 듣고,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젊은이들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공공(公共)의 이야기들이 공론(空論)의 남발이 아닌 공론(公論)으로, 더딜지라도 깊이 있게, 지금이 아니더라도 다음을 위해서 역사와 문화를 매개로 한 실증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여러 문제점을 직시하고 있는 만큼 양산시민의 한 사람으로,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모습으로 책임감을 부여해 나가야겠다.

전통과 문화,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룬 양산을 기대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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