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라는 말이 있다. 건강은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라는 뜻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를 ‘건강’이라고 정의한다.
즉 ‘건강’을 통한 ‘행복’을 추구하는 도시가 바로 건강도시인데, ‘모든 사람이 사회적 혹은 경제적으로 생산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건강수준을 달성해주는 도시’를 건강도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양산시는 지난 8월 건강도시 선포식을 통해 건강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올해가 건강도시의 원년인 셈이다. 이에 본지는 건강도시의 개념과 방향을 설명하고, 여러 지역 사례를 통해 양산시가 추진하는 건강도시 사업의 나아갈 방향과 발전 방향을 살펴본다.
1. 건강도시란 무엇인가?
2. 건강도시의 선두주자
3. 일상생활 속 건강도시
4. 떠오르는 건강도시 산업
5. 건강도시 양산의 오늘과 내일
스트레스와 각박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건강’을 위한 ‘일탈’을 일삼는다. 울창한 숲의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자연 휴양림으로 떠나기도 하고 좋은 재료로 만든 웰빙 음식을 먹기 위해 식재료가 나는 고장을 찾아가기도 한다. 스트레스 해소와 치유를 위해 도시를 떠나는 여행이 건강에 보탬이 되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하지만 단 며칠의 일탈이 질병 예방과 건강 회복을 100% 이끄는 것은 아니다.
‘건강도시’는 도시의 물리적, 사회적, 환경적 여건을 이용ㆍ개발해 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시민이 도시를 벗어나 ‘일탈’하지 않아도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각 지자체는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기반과 시설 확충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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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전년만 해도 불법 경작으로 매우 열악한 환경이었던 경북 구미시 송정 철로변. 도시 숲 조성 이후 산림청 ‘2012 한국의 가로수길 62선’에 선정될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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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운동의 중심은 ‘걷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안한 건강도시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보행환경 및 보행행위’에 있다. 사람들은 걸으면서 거리의 풍경을 감상하고, 같이 걷고 있는 이웃의 모습을 보고, 길 속에 있는 문화를 체험한다. 이처럼 도시의 건강한 활력은 사람들의 걷는 행위 속에서 만들어진다.
대한민국 대표 건강도시인 강원 원주시는 시민의 건강을 위해 걷기 운동을 모든 운동의 중심으로 하고 원주천 변을 비롯한 명품 걷기 코스 조성, 걷기 교실 운영 등을 통해 ‘걷기 메카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만보기 보급, 올바른 걷기 지도를 위한 걷기 지도자 양성, 다양한 걷기대회 개최 등 걷기 운동 실천을 통한 건강도시 만들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원주 중심에 있는 가장 복잡한 도로를 보행자전용거리로 개편하고, 주변 왕복 4차선 도로를 편도 3차선으로 줄여 1개 차로를 보행자도로로 전환했다. ‘문화의 거리’라고 불리는 이곳은 보행환경과 도시미관을 함께 개선해 시민을 위한 또 다른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남 진주시는 일상생활에서 접근하기 쉬운 계단 걷기를 활성화해 시민 건강 증진을 유도하고 있다. 진주시는 ‘계단 이용 활성화 아파트’를 지정하고, 아파트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매주 1회 ‘계단 이용의 날’과 매달 1회 ‘건강 증진의 날’을 정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생활 속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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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행자전용거리로 개편된 후 많은 시민이 찾으며 문화공간으로까지 거듭나고 있는 원주시 ‘문화의 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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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푸르게 살아나는 도시
검은 아스팔트와 빽빽하고도 높은 건물로 가득 찬 도시에 ‘숲’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자연 속에 있던 숲이 사람에게로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도시 숲(Urban Forest)은 말 그대로 도시에 우거진 숲으로 휴양, 문화 기능 등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경북 구미시는 그동안 산업도시, 회색의 공단도시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 2006년부터 회색 도시를 벗어나기 위한 건강한 변신을 거듭했다. 남유진 구미시장의 공약사업으로 시작한 ‘1천만 그루 나무심기운동’이 대표적 사례다. ‘5분만 걸어도 시민 누구나 쾌적한 자연의 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 운동은 짧은 기간 안에 구미를 녹색 공간으로 만들어 냈다.
원평ㆍ인동ㆍ송정 철로변 등 3대 도시 숲을 조성하고 학교, 시청, 교육청, 공단 등의 담장을 허물어 녹지 숲을 조성하는 등 범시민 나무심기운동을 2015년까지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산림청이 선정한 ‘2012 한국의 가로수길 62선’에 구미의 도시 숲 3곳이, 옥성 초곡 소하천이 2013 아름다운 소하천 가꾸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 이어서 2013 도시녹화운동 전개 우수사례 공모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광주광역시도 숲과 물이 어우러진 쾌적한 녹색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2천15만 그루 나무 심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담장을 허물어 나무를 심고, 학교숲, 녹색복지숲 등을 조성해 시민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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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가 ‘환경수도’를 선언하고 지난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공영자전거시스템 누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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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로 여는 녹색 세상 ‘자전거’
일상생활의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던 자전거 문화가 경남 창원시를 시작으로 국내 여러 도시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자전거는 환경과 건강, 그리고 지역사회의 부흥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자전거 붐’은 계속 번져나가고 있다.
자전거로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창원시는 환경오염과 교통체증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6년 환경수도를 선언하고, 범시민 자전거타기 운동을 위한 대책을 다양하게 펼쳐왔다.
창원시는 우선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자전거 활성화 정책에 집중했다. 근로자가 출ㆍ퇴근을 자전거로 하기 편하도록 자전거도로의 표지판과 건널목 등을 집중적으로 정비했다. 자전거 타기 편리한 기반 조성을 위해 각 자전거 도로 간 연계성을 확보하고 자전거 문화센터 운영, 차로의 차선과 폭을 줄이는 도로 다이어트 등을 추진했다. 이밖에 공영자전거시스템인 누비자 터미널 241곳과 공공자전거 누비자 5천146대(2013년 8월 기준)를 도입해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고 있다.
경북 상주시는 서울~부산 국토 종주 자전거길이 지나며 자전거 중심지로 부상했다. 낙동강 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낙동강 자전거 코스와 낙동강 제1경인 경천대와 도남서원, 상주국제승마장 등의 다양한 관광자원은 외지인을 상주시로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상주시의 자전거도로는 44개 노선 108.47 km이며 레저스포츠 자전거도로는 7개 노선 162.3km에 달한다. 자전거 통행에 불편이 없도록 횡단보도의 턱을 낮추고 자전거 보관소 121곳을 설치하는 등 ‘전국 최고 자전거 도시’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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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이 보건의료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무주군이 운영하고 있는 순환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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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민 건강 이끄는 보건소 건강프로그램
도시에서 시민의 건강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기관은 ‘보건소’다. 시민의 질병 예방과 치료를 통한 보건 향상에 노력하기 위해 보건소는 금연교육, 절주교육, 구강 보건교육, 비만 클리닉, 출산준비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 건강증진에 힘쓰고 있다.
충남 천안시 보건소는 지역 내 종합병원과 협약을 맺고 2007년부터 ‘건강대학’을 운영해 시민의 건강생활실천을 지원할 수 있는 ‘건강 리더’를 발굴하고 있다. 건강대학 수강생은 12주에 걸쳐 생활응급처치, 성인병 예방과 관리, 효과적인 운동 강좌 등 건강리더가 지녀야 할 소양을 키운다.
천안시는 모두 7회의 건강대학을 통해 619명의 건강리더를 배출했으며 이들은 건강 관련 자원봉사활동에 앞장서 의료봉사 인프라 구축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전북 무주군은 대중교통이 불편해 주민들의 보건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읍ㆍ면 지역의 5일장을 활용한 ‘장터 의료ㆍ건강증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5일장 날에 맞춰 보건의료원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동 보건의료원에서는 체성분ㆍ혈압ㆍ혈당ㆍ콜레스테롤 측정, 치매ㆍ우울증 검사, 한방진료 등 ‘수혜자 중심의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의료취약계층인 어르신이 보건의료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원 순환버스를 운영해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이 취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