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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용연초 박인숙 교사 ‘아름다운 기부’
월급 쪼개 장학금 기탁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3/12/24 09:19 수정 2013.12.24 02:03
7년째 매달 장학재단에 기부

꾸준한 봉사 ‘참 스승’ 귀감






삼고초려(三顧草廬) 했다. 대단한 일도 아닌데 부끄럽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10분만 이야기하자며 무작정 학교로 찾아갔다. 긴 설득 끝에 그녀와 마주 앉게 됐다.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이지만 기꺼이 차와 다과를 준비해 주었다. 손이 따뜻해 진 것은 차 때문이었지만, 마음이 따뜻해 진 것은 그녀 때문이었다.

“수억원씩 기탁하신 훌륭한 분들도 많은데 저한테 감사패를 주시니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나중에 건배제의를 할 때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들겠더라고요”

지난 16일 양산시인재육성장학재단이 장학기금 기탁자를 초청해 감사함을 나누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용연초등학교 박인숙(51) 교사가 수많은 기탁자들을 대표해 감사패를 받았다. 그녀의 말대로 수억원씩 기탁한 지역인사들도 많이 참석한 자리였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박 교사였다. 장학재단 안윤한 이사장은 ‘기탁금’의 크기가 아니라 ‘사랑’의 크기 때문에 박 교사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지난 2007년 7월 장학재단에 300만원을 쾌척했다.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는 일선 교사가 300만원을 선뜻 기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위의 귀감이 됐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얼마 후 박 교사는 교사로 재직하는 날까지 매달 30만원씩 기탁키로 했다. 그렇게 7년 동안 꾸준히 장학금을 기부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매달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2007년에 우연히 신문에서 장학재단 기금이 모이지 않아 어렵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장학재단이 우리지역 학생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좋은 일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교육계의 심각한 문제였기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어요. 알아보니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이 얼마든지 기탁할 수 있더군요. 그래서 남편과 의논한 끝에 꾸준히 기탁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박 교사의 선행은 이번만이 아니다. 평소에도 남편과 불우이웃을 돕는 선행 부부로도 잘 알려져 있는 박 교사는 1990년 신기초 재직시절 학급에 부모가 없는 불우 학생을 친자식처럼 보살피며 중ㆍ고등학교까지 학비 전액을 지원해줬다.
 
2005년 삼성초 재직 때는 학교 인근 장애인 노부부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남몰래 쌀과 부식을 지원했다. 또 매주 일요일 노숙자를 위해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다문화가정ㆍ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상담활동 등 수많은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같은 선행은 시간이 지난 후 동료교사를 통해 알려졌고, 입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양산교육계에 퍼져 사도대상과 우수교사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의 한 구절인데요. ‘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사랑은 불태워도 연기가 없더라’ 사랑은 이렇게 묵묵히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봉사라는 게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니고 작은 배려와 배풂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기자님의 말에 또 다시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네요. 그저 부끄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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