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라는 말이 있다. 건강은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라는 뜻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를 ‘건강’이라고 정의한다. 즉 ‘건강’을 통한 ‘행복’을 추구하는 도시가 바로 건강도시인데, ‘모든 사람이 사회적 혹은 경제적으로 생산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건강수준을 달성해주는 도시’를 건강도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양산시는 지난 8월 건강도시 선포식을 통해 건강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올해가 건강도시의 원년인 셈이다. 이에 본지는 건강도시의 개념과 방향을 설명하고, 여러 지역 사례를 통해 양산시가 추진하는 건강도시 사업의 나아갈 방향과 발전 방향을 살펴본다.
1. 건강도시란 무엇인가?
2. 건강도시의 선두주자
3. 일상생활 속 건강도시
4. 떠오르는 건강도시 산업
5. 건강도시 양산의 오늘과 내일
초기의 건강도시는 ‘모든 인류에게 건강을(Health for All)’의 원칙으로 확산됐다. 이때 건강도시사업은 시민에게 건강을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이후 각 도시는 금연, 절주,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고 녹지와 가로수를 조성하는 등 시민의 생활과 밀접한 부분에서 변화를 이끌어 건강도시로 거듭났다. 그러나 건강도시에도 새로운 유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건강도시 사업을 산업으로 만드는 ‘건강산업 혁신도시’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건강산업 혁신도시’는 건강 관광과 건강 관련 지역특화산업을 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보건사업이다. 건강산업 혁신도시는 주로 이들이 보유한 자연환경을 이용해 시민의 건강증진을 꾀하고 외지인의 발길도 이끌고 있다.
의료관광에 ‘치유’ 더해 ‘헬스케어’로↑↑ 강원 원주시에 위치한 상지대한방병원에서 한의사들이 러시아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진을 진행하고 있다 ⓒ
의료관광을 통해 ‘건강’과 ‘지역 부흥’을 꾀하던 지자체들이 ‘치유’의 개념을 포함해 ‘헬스케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헬스케어는 치료ㆍ치유ㆍ휴양ㆍ레저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도록 기존 의료관광을 성장시킨 새로운 사업이다.
헬스케어 사업에 가장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강원도는 지난 2010년 ‘강원도의료관광지원센터’를 개설해 지역 특색을 살린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원헬스케어는 강원도가 보유한 의료관광과 레저 프로그램이 더해진 것으로 내ㆍ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강원 원주시를 중심으로 한 ‘의료특구 헬스케어권역’에는 한국 최대 의료기기 클러스터가 조성되어 있으며 강원도 내 유일한 한의과대학부속 상지대 한방병원, 국내 유일의 1일 임플란트가 가능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러시아, 중국 등 국외 관광객이 주로 찾고 있다.
강원 양구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배후 헬스케어권역’은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면 닿는 청정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양구군은 DMZ자연생태치유마을을 설립해 아토피 치유센터를 운영하고 치유마을 주변 광치자연휴양림, 두타연DMZ평화누리길 등 관광자원을 접목해 국내 관광객 대상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강원도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충북 제천시도 ‘헬스케어’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월악산, 소백산, 치악산 등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자연환경과 우수한 한약재를 생산ㆍ유통하는 ‘한방특구’를 결합해 치료와 치유를 결합하고 있다.
제천시는 치악산 명암산채건강마을에 전국 최초 한방생태체험마을인 ‘한방명의촌’을 개설, 자연요법과 약선 음식을 이용해 중풍 후유증이나 아토피 등과 같은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또 구학산 자락에 위치한 제2한방명의촌 ‘뉴라이프21’은 자연 속에서 치료와 요양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한방치유센터, 휴양원, 숲속한의원 등을 갖추고 있다.
강과 숲, 사람이 하나 되는 오토캠핑장 ↑↑ 금강의 기암절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충남 금산 적벽강오토캠핑장에 많은 시민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
도시의 번잡함과 이별하고 숲, 강 등 자연에 파묻혀 ‘힐링’하기에 오토캠핑장은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오토캠핑이란 자동차를 이용해 즐기는 캠핑을 말한다.
충남 금산군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금강을 활용해 인삼골오토캠핑장과 적벽강오토캠핑장 등 다목적광장, 샤워장, 화장실, 음수대 등의 편의시설을 갖춘 오토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적벽강오토캠핑장은 대규모 잔디광장에 조성된 곳으로 수려한 경관을 감상하며 다양한 레저까지 체험할 수 있다. 캠핑장 앞으로 중국의 적벽강을 빼다 박았다는 금강 주변의 기암절벽이 한눈에 보여 사람과 자연이 강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다.
캠핑장에서 가족과 더위도 식히며 각종 야생 식물을 공부할 수 있는 데다 여름에는 금강에서 래프팅이나 카약 등 수상 레저 스포츠도 배울 수 있다. 캠핑장 주변에는 산책로도 갖춰져 금강을 따라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숲에서 몸과 마음 치유하는 자연휴양림
산림이 목재 자원 공급 기지나 휴식ㆍ휴양의 장소를 넘어 치유의 공간이 되고 있다. 웰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도시민의 산림휴양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산림의 치유 기능이 경험적인 지식을 넘어 의학적, 과학적 규명이 이뤄지며 이에 대한 활용도 높아지고 있다.
산림치유(Forest Therapy)는 숲이 지닌 다양한 물리적 환경요소를 이용해 인간의 심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자연요법의 한 부분. 휴식기능보다는 치유기능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삼림욕보다 한 단계 발전된 개념이다. 도시생활에 지친 시민이 생활 속 스트레스를 벗어나 심신의 쾌적함을 느끼고 이를 통해 면역력을 높여 궁극적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물론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도 회복을 위한 요양이나 재활의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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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림치유를 내세운 경기 양평군의 ‘국립산음자연휴양림’은 치유 숲길을 비롯해 맨발 체험로, 자연치유정원 등과 숙박형 프로그램 등으로 관광객을 이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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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치유사의 안내와 함께 치유의 숲을 돌아보는 당일 프로그램과 1박 2일, 2박 3일로 구성된 숙박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숙박 프로그램은 대상자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 관리법 안내, 삼림욕 기체조, 음이온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풍부한 자연자원으로 ‘아토피’ 물리친다
아토피 피부염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워낙 환자가 많이 늘어나는 탓이다. 아토피는 생활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알레르기성 질환으로,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청정지역에서 자연주의적 삶을 살며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 때문에 청정자연환경을 가진 지자체들은 아토피 치유를 위한 센터와 마을 건립을 통해 ‘아토피 제로(zero)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2007년 지자체 가운데 아토피 관련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전북 진안군은 천혜의 자연을 활용해 진안에코에듀센터, 아토피 제품 개발, 아토피 안심학교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진안군 아토피 사업의 핵심인 ‘진안에코에듀센터(JEEC )’는 전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아토피 전문 센터로 아토피 예방교육, 상담ㆍ분석, 아토피 자연치유프로그램 운영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아토피 안심학교로 지정된 조림초등학교는 아토피 질환에 대처하도록 교실바닥에는 원목을 깔았다. 교실 벽은 황토로 시공했으며 내부에는 오염물질을 흡수한다는 야자수, 관음죽, 고무나무 등 관엽식물을 심었다. 2층에는 노송나무 온천시설까지 갖추는 등 학교 자체를 치유의 공간으로 꾸몄다. 이 덕분에 100여명의 아이가 도시지역에서 전학을 왔고 대부분 완화 효과를 보고 돌아가면서 인기가 높다.
경기도 의왕시는 2009년 1월부터 건강도시 10대 중점추진과제의 하나인 ‘아토피 없는 건강한 도시 의왕’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의왕시는 청계산, 모락산, 백운산, 오봉산, 덕성산, 바라산과 백운호수, 왕송호수 등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아토피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숲 체험을 통해 아이들이 맑은 공기 속에서 놀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외에도 아토피 가족 캠프, 아토피 안심학교와 어린이집, 자조 모임 운영 등 아토피 치료율을 높이고 있다.
※ 이 취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