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조은현대병원 응급실 문이 굳게 닫혔다. 구급차량 운행도 중단됐다. 입원실도 4개 병동 가운데 3개 병동은 불이 꺼졌다. 웅상지역 유일한 종합병원인 조은현대병원이 부도 처리돼 문을 닫아야 할 상황. 문제는 웅상지역 9만여명의 주민이 ‘응급의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응급실 중단, 입원실 축소
조은현대병원은 지난해 10월 25일 경영난으로 부도를 맞았다. 같은 해 1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법원의 수용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아래 지난 3일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이같은 결정에 불안감을 느낀 간호사들이 대거 퇴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의사와 응급실 인력 역시 출근을 거부했다.
조은현대병원은 “현재 내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통증과 등 4개과 외래진료는 정상운영하고 있다”며 “1월 안에 법정관리 개시 여부가 결정될 예정으로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웅상지역이 응급의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생존의 기본 권리로 규정된 응급의료권이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응급환자 발생 시 ‘초기 10분’이 생사를 가르는 점을 감안하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웅상 한해 응급환자 2천300명 ⓒ
양산소방서에 따르면 지난해 웅상지역 119긴급출동차량 출동건수가 2천905건이다. 출동 후 병원으로 이송한 건수는 2천341건으로 80%를 차지한다. 응급상황 대부분이 긴급히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덕계119안전센터는 “조은현대병원 응급실 중단으로 보호자의 요구에 따라 부산 금정구 침례병원(17km), 베데스다병원(20km), 양산부산대병원(25km) 응급실로 이송하고 있는데, 최소 17분에서 25분까지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웅상주민들 불안감 고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장협착증으로 조은현대병원 응급실을 여러차례 이용했다는 이아무개(60, 평산동) 씨는 “암수술 휴유증으로 장이 꼬이는 증세가 자주와 그때마다 119안전센터에 요청해 긴급하게 응급실로 갔다”며 “이제 통증이 심한 상황에서 20분 이상 걸리는 병원으로 가야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심란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2살, 4살 된 아이를 둔 오아무개(34, 서창동) 씨 역시 “자녀를 둔 부모 대부분이 걱정하는 것이 야간에 발생하는 응급상황”이라며 “아이 키우기 위한 필수 환경이 학교와 병원인데, 웅상지역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가 아닌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양산시는 대책마련에 나섰다. 우선 6일 병원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조기 정상화될 수 있도록 행정 지원을 약속했다. 병원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탄원서 제출도 검토키로 했다. 또 야간과 휴일에 환자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안내될 수 있도록 소방서와 지역 병ㆍ의원에 협조 요청했다.
웅상보건지소는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는 병원을 물색하고 있으며, 현재 평산동에 위치한 한 병원이 물망해 올라 긍정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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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ㆍ휴일 진료 가능한 웅상지역 의료기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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