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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자 바르게살기운동 양산시협의회 동면 부위원장 (일반 최우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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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차에 바르게살기운동 동면위원회에 위원장으로 계시던 전세민 위원장님의 소개로 바르게살기운동과 함께 봉사자의 삶으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2011년 그 뜨거운 여름, 국토대청결운동에도 빠짐없이 나가고 자원봉사박람회에 참가해 선플봉사, 네일아트 체험봉사를 하면서 주는 즐거움이 받는 즐거움보다 크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바르게살기운동에서는 해마다 다문화 주부를 대상으로 사업을 합니다. 지난해에는 다문화 주부 한식 멘토링사업을 진행해 다문화 주부와 바르게살기 회원이 일대일 멘토, 멘티를 결성해 수업을 했습니다. 멘토링으로 언니, 동생의 인연을 맺어 사업이 끝난 지금도 서로의 생일과 가정 대소사를 챙기며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 다른 회원을 보고 ‘저런 것이 참 봉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다음에 다문화 사업이 추진되면 꼭 활동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기회가 닿아 지난 6월 19~20일, 다문화 주부와 함께하는 전통예절학습당이 개강을 했고, 저는 멘토 15명 중 한 명으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저는 여기서 지난해 한식 멘토링에 참여했던 실라니아 씨의 멘티가 됐습니다. 실라니아 씨는 필리핀 이주여성으로 결혼한 지 5년 된 주부에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아들과 딸을 순산하고 막내가 돌이 다 돼 가는데 이번 전통예절학습당에서 돌 상 차리기를 배워서 아이에게 직접 돌 상을 차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그에게 옛날에 수명을 길게 하라고 돌잡이에 무명실을 올렸다고 하니까 눈이 둥그레지며, 그게 효과가 있느냐고 묻는 모습이 아이 같았습니다. 안 아프고 머리 좋게 자라게 하려면 뭐를 올려야 하냐고 물어보길래 빨간약과 영양제를 올리면 된다고 농담을 했더니 금방 눈치를 채고 “언니야~”라고 해서 한바탕 웃기도 했습니다.
돌잡이는 기원의 뜻이 아니라 그냥 재미로 미래를 점쳐보는 거라고 설명하며 의사를 상징하는 청진기, 머리 좋은 공학도를 뜻하는 마우스, 판사의 의사봉, 부자의 상징인 돈 등 여러 가지 올릴 거리를 얘기하니 진지하게 받아 적는 모습이 참 대견해 보였습니다.
수업 개강일이던 19일은 아침부터 비가 제법 왔습니다. 저는 아이를 안고 수업을 들으러 온 다문화 주부 14명이 너무 대견해 보이고 차량으로 교육장까지 바래다주고 가시는 신랑이나, 시댁 식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그런 시댁 식구들의 바람을 잘 아는지 강의시간 내내 웃음으로 강의를 들으며 집중하고 꼼꼼하게 메모하는 다문화 주부의 모습이 정말 예뻐 보였습니다.
다음날인 20일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이 맑게 개었습니다. 이날은 다문화 주부와 양산시립박물관을 탐방하는 날이었습니다. 저도 양산 사람이지만 양산시립박물관은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어찌나 잘 돼 있고 문화해설사님도 열성으로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한국 사람인 저도 모르던 것을 많이 알게 됐습니다.
박물관을 관람하며 양산사람임을 뿌듯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서울 국립 박물관에도 양산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는 소식과 기증하신 양산시민의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노력봉사, 예절학습당에 바른 한복 복식법을 강의하신 토향재 정선량 원장은 재능봉사, 시립박물관에 귀한 가보가 될 수도 있는 유물을 기증하신 좋은 님은 물질봉사 등….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량만큼 사회를 위해 봉사한다면 자원봉사 최강국인 미국을 따라잡을 날도 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이틀 동안 다문화 주부뿐만이 아니라 멘토의 자격으로 참석한 바르게살기운동 여성위원 15명도 많은 것을 함께 배우고 느낀 소중한 전통예절학습당이었습니다. 학습당 기간이 끝나고 저는 실라니아 씨에게 미리 준비해간 아이 양말을 살짝 손에 쥐여주며 “앞으로도 자주 연락할게. 내가 언니 해줄게”라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순박한 눈망울에 물기가 어렸습니다. “언니… 감사해요” 저는 수줍게 답하는 실라니아 씨를 따뜻하게 안아줬습니다.
학습당이 끝나고 두 달 뒤, 실라니아씨는 막내 돌상을 제법 그럴듯하게 차려서 저에게 SNS로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그 사진에는 제가 사준 돌잡이 양말이 예쁘게 신겨 있더군요.
사람의 인연이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또 이런 봉사의 기회와 좋은 인연을 만나게 해주신 양산시 자원봉사단체협의회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