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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철 양산시립박물관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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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총 유물은 단지 양산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불행한 우리나라의 과거와 아픈 역사를 그대로 짊어진 역사의 시계바늘 같은 것이다. 따라서 화려한 양산시립박물관의 개관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개관이 아닌 절반의 개관이었다고 스스로 생각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15일, 부부총 유물이 1세기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처음 일반에 공개된 것이다.
부부총 전시가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2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우수한 시설과 인력을 갖춘 박물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산의 유물은 고향에 보관되지 못하고 국립박물관과 대학박물관 등을 전전했다. 심지어 지역의 유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빛을 보지 못하고 어두운 수장고에 방치됐다.
일반적으로 지역 출토 유물이 지역에 보관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수임기관이 될 수 있다. 또한 국내외 특별전은 외부기관에서 유물을 임대해 전시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조건이 전시시설, 보관설비, 인력구성을 갖췄는가 하는 것이다. 양산시립박물관은 경남 지자체 건립 유일의 제1종 종합박물관으로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둘째는 오랜 시간 유물환수운동을 전개해 온 시민의 염원이었다. 지난 2011년 출범한 양산유물환수위원회는 그동안 여러 행사나 시민 활동을 통해 끊임없는 서명운동을 전개해왔다. 그 결과 4만명의 시민이 동참해 폭발적인 관심을 이끄는 성과를 가져와 부부총 귀환 전시에 원동력이 됐으며 다른 시ㆍ군의 환수운동에 큰 영향을 줬다.
이 같은 관심으로 지난 10월 15일 개관 이후 올해 1월 12일까지 개최된 전시에 3만5천여명이 관람했다. 이는 하루 평균 약 500여명이 관람한 것으로 지자체 박물관 특별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성황을 이뤘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성과는 불법 반출 1세기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최초로 국민들에게 선보인 점이다. 이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시에 시립박물관의 개관을 계기로 역사문화도시로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빠른 시간 내 시민의 박물관으로 다가설 수 있었다는 점과 상통한다. 이번전시는 협상부터 전시까지 지자체 박물관이 세계 5대 박물관 가운데 하나인 도쿄국립박물관과 독자적 협의를 통해 이뤄낸 성과라는 점을 빼 놓을 수 없다. 이번 전시의 반응은 언론보도를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전시개최 발표 이후 전시 마감까지 TV, 신문 등 총 80여건의 보도가 있었다. 이는 지난해 국내에서 진행된 모든 박물관 특별전 가운데 가장 많이 보도됐으며, 이를 통해 이번 전시에 맞춰진 관심의 정도를 알 수 있었다. 동시에 부부총 전시는 지방박물관의 전시를 뛰어넘어 전국 관심과 함께 양산이라는 도시브랜드를 알리는데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쌓은 양산시립박물관과 도쿄국립박물관과의 선린 우호관계를 토대로 향후 미공개 유물에 대한 장기대여를 위한 초석을 구축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부부총 전시는 끝났다. 유물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고 박물관에 설치됐던 각종 사인몰도 철거됐다. 그러나 이번전시가 남긴 교훈과 과제는 결코 적지 않다.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에서 일본의 요청을 받아들여 부부총 유물을 양보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향후 유물 반환방식에 있어 ‘환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결국 부부총 유물을 양산에 가져오기 위한 현실성 있는 대안과 방법이 요구된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공개된 유물은 부부총 출토유물의 1/3에 해당되는 68점에 불과해 부부총의 화려하고 웅장한 유물의 전모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향후 부부총의 모든 유물을 공개하는 대규모의 특별전, 혹은 일부분의 유물을 공개하는 별도의 테마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일본 측에 장기대여의 명분을 만드는 것이 우선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3개월이라는 긴 전시기간과 언론과 박물관의 적극적인 홍보에도 예상 관람인원 5만명을 밑도는 관람객 숫자이다. 박물관에서 전시 종료 후 이번 전시의 관람객 분석을 실시했는데, 가족 혹은 개인의 관람이 많았고 반면 지역 내 초ㆍ중ㆍ고의 단체관람이 극히 적었다. 이는 최근 역사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1세기만에 귀환한 지역의 귀중한 특별전임에도 학생의 관람이 적었던 점에서 향후 개선해야할 과제로 남았다.
부부총 전시를 통해 과거와 같은 역사와 아픔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