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 폐지가
정치권 반대로 불투명한 가운데
윤영석 의원 무죄확정 소식은
지역정가에 중요한 변수 될 듯
시장직에 도전하는 인물들의
권력지향 행보 귀추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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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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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은 지난 2012년 4월 19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의 영광을 안았지만 5개월 만에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정치생명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2심에서 극적으로 무죄 선고를 이끌어냈고 이번 상고심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윤 의원 본인에게도 명예회복의 징표로서 기쁜 소식이겠지만 지방선거를 4개월여 남긴 지역 정가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국회에서는 지방선거의 정당공천권을 둘러싸고 여야 간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애초에 대통령선거 때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하지만 대선 이후 1년이 넘도록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계속되는 제도 개선 요구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여야가 정치개혁특위활동을 개시했지만 추진의지는 글쎄다.
최근 새누리당은 정당 공천 폐지의 위헌성을 거론하면서 사실상 공약을 파기하는 안을 내놓았다. 대도시 구의회의 폐지나 오픈 프라이머리, 상향식 공천 등의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에 안철수 의원까지 가세해 폐지 촉구에 나서면서 일촉즉발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당공천 폐지는 여야의 합의가 전제되는 만큼 불발탄이 될 전망이 높다.
6월 지방선거에서는 도지사와 도의원, 시장과 시의원, 그리고 교육감을 함께 뽑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사는 역시 시장선거다. 정당공천제도가 유지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선거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당과 무관하게 무소속만으로 대결을 펼친다면 상당히 많은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지명도에 앞선 기성 정치인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특히 현직 시장의 프리미엄은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역적 특성을 배경으로 한 색다른 시나리오도 나올 수 있다. 예를 들면, 9만 인구의 웅상지역에서 단일화 후보가 등장해 표몰이를 한다는 가설이 그것이다. 실제로 정당공천 폐지가 한창 거론될 당시 웅상지역에서는 새 인물 찾기에 나서기도 했다는 후문이 있다.
반면 정당공천제가 유지될 경우 각 당의 공천결정단계에서 교통정리가 이루어져 그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지난 선거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정당공천의 후유증으로 탈당 출마하는 사례가 전혀 없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찌 됐든, 정당공천제 유지가 점쳐지는 이 시점에서 윤영석 의원의 무죄 확정 소식은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듯 하다. 국민경선이니 상향식 공천이니 하는 방법론에서부터 공천심사의 공정성 확보를 내세우고 있다 하더라도 정당공천 과정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과 시장의 역학관계는 상당히 유동적이다. 지방자치 초기 단계에서는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고 오근섭 시장과 김양수 전 의원의 대결구도는 심각한 지역사회 분열양상까지 몰고 올 정도였다. 오 전 시장은 김양수 의원이 공천에서 자신을 배제하기 위해 서화로비사건을 촉발시켰다고 생각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에는 철저히 무시하는 행보를 거듭했다.
18대 총선에서 허범도 의원이 당선됐지만 오 시장과의 불화 속에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자리를 내놓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박희태 의원만큼은 지역 출신이 아니면서도 개인적인 지명도와 중앙정치무대에서의 위상으로 유일하게 대접을 받았다.
시민으로서는 시장과 국회의원 간 불화나 갈등을 달갑게 생각할 리 없다. 똑같이 시 전역을 지역구로 당선된 인물이라 두 사람의 갈등은 곧 시민사회의 편 가르기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직까지 새누리당(과거의 한나라당 포함) 이외의 정당 후보자가 시장으로 당선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두 자리의 역할이 극명하게 다른 만큼 서로의 역할에 충실한다면 굳이 대립할 필요는 없다. 또 서로 우위를 내세우며 서열다툼을 할 이유도 없다.
정당공천제가 존속돼 국회의원의 기운이 상대적으로 세진다면 이런 역학관계에 있어서도 무언가 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필자 뿐만이 아닐 것이다. 시장직에 도전하는 인물들이 머지않아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인 바, 무게추가 어디로 기울지 이제 곧 가시화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