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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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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가 재개된 지 20년, 그동안 치른 많은 선거에서 웅상은 결과적으로 중요한 변수임을 확인시켜 주었지만, 막상 국회의원이나 시장선거에서 유력한 후보를 배출하지 못한 채 캐스팅 보트로서 만족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유력 후보가 이 지역을 공략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되는 이유가 된 것이다.
반면 웅상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은 양산시 전체를 대표할 인물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웅상에 대한 시의 직접투자가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쉽게 소외감을 떨칠 수 없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웅상 출신의 유력 정치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의회에서는 이채화 현 의장을 비롯해 박일배 전 의장과 이부건 전 부의장이 있었고, 성계관 도의원은 재선을 기록하며 도의회 상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얼마 전 작고한 성홍룡 전 도의원은 웅상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시장직에 도전하며 기대를 모았으며, 박인 전 시의원도 한때 공당(公黨)의 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적이 있다. 18대 총선에서는 이곳 개운중학교를 나온 안기부 고위간부가 국회의원 공천 신청을 하며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에서는 유력한 정치인 후보가 나오지 않는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가오는 6.4 지방선거를 겨냥한 지역 구도를 살펴보면 더욱 의외의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시의원 6개 선거구 가운데 시청 소재지 주변의 4개 선거구에서는 나름 많은 출마예정자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데 반해 웅상지역 2개 선거구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시의원을 하겠다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역 시의원을 제외하면 불과 한두 사람이 거론되고 있는 정도다.
시의원은 시장이나 국회의원과는 달리 민생정치의 최전방에 있는 대변자이다. 즉, 내 이웃, 내 주변 사회의 복지와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시민의 머슴’과도 같은 존재다. 따라서 시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지역에 대한 애정과 이웃사랑을 필요로 한다. ‘지역사회를 위해 무언가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충만해야 도전이 가능한 자리인 것이다. 공익과 봉사의 개념이 권력과 명예를 지향하는 다른 정치인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웅상 지역사회의 구조는 다소 특이하다. 상주인구는 9만명이 넘어서고 있지만 인접 대도시인 부산과 울산을 생활권으로 하는 베드타운의 성격이 짙은 곳이다. 주민 구성에 있어서도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지역사회를 내 것으로 인식하는 향토애는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지금 살고 있기는 하지만 대도시 의존 성향이 높기 때문에 자녀들 학교나 직장문제를 이유로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연유로 당장의 주거환경이나 교육ㆍ문화에 대한 욕구는 강렬하지만 자신이 직접 참여해서 변화를 모색하는 의지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오랜 토박이 명문가나 몇 대째 살고 있는 외지인들은 어떠한가. 웅상은 의외로 좁은 동네다. 터전은 커지지 않은 채 사람들만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지역 내에서 어떤 인물이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사회활동 속에서 어떤 평판을 받아왔는지 모두가 손바닥 안일 뿐이다.
그러니 새삼스레 타인들 앞에서 발가벗기는 것이 탐탁치 않음을 아는 것이다. 1세대 토박이들은 대체적으로 안정돼 있지만 연로(年老)하고, 2세대로 가면 될성부른 나무는 이미 소싯적에 타지로 나갔고 남아있는 사람도 먹고살 만 한데 새삼스레 대중 앞에 나서서 자신을 까발리면서까지 ‘머슴’ 노릇을 하기가 달갑지 않은 것이다.
웅상지역의 시의원 후보 가뭄 현상에 대해 한 시민은 “웅상에는 사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말 때문은 아니라 하더라도 시의원이 되어 지역에 봉사하고자 하는 희망자가 선뜻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지역사회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웅상지역의 원로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런 점을 잘 헤아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발굴해 지방정치에 도전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머지않아 시장이나 국회의원에 도전할 인물들도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