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유병준 범어고등학교 교사 | ||
ⓒ |
마치 뱀의 머리와 꼬리가 맞물려 있는 것처럼, 시작과 끝이, 끝과 시작이 맞물려 공존하는 시간이다. 생활기록부 작성이 완료돼 마감을 하고, 진급하는 학생의 반 편성을 하고, 새로운 교과서를 배부하면 비로소 한 학년도가 끝나는 것이다.
이렇게 바쁘고 어수선한 시간이 지나 봄방학을 맞는다. 봄방학은 학생이나 교사 모두에게 새 학년을 준비하는 기간이 된다. 학생은 새 학년을 준비하기 위해 교과서를 읽어 보거나 교과서와 관련된 책이나 필요한 학용품을 사면서 보낼 것이다.
교사에게 봄방학은 어수선하다. 먼저 공립학교에는 교원 인사 발령이 있다. 즉, 교사 이동이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근을 가는 교사는 새로운 학교에 가서 적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 동안 송별회도 가진다.
학교에 계속 근무하는 교사는 업무분장을 한다. 몇몇 교사는 이 일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어떤 업무를 맡는가가 수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수업보다 교육행정 업무가 부담이 돼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가능하면 업무 부담을 덜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업무를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 같다. 즉, 교사들은 공문서 처리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수업을 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공문서를 처리하는 데서 받는 스트레스는 수업과 학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면 교사의 이런 희망은 정당해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교사의 희망이 실현되기 어려운 실정인 모양이다. 학교별로 이 업무분장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말을 해마다 듣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공문처리를 비롯한 업무에 들이는 시간보다 수업을 준비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후배 교사의 말은 늘 희망사항이기만 하다. 업무분장이 끝나면 자리가 정해진다. 컴퓨터와 개인 사물을 정리해서 정해진 자리로 옮긴다. 이렇게 되기까지가 참 어렵다. 해마다 겪는 일이라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아직도 어렵다.
3월을 기다리며 2월을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바쁘고 어수선해서 쉽게 정돈이 되지 않아 아쉬움 없이 버리기 쉬운 달이 2월이란 달인가 생각했었다. 그러나 학교의 2월은 그렇기만 한 달이 아닌 것 같다. 한 학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학년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기 위한 달인 것이다.
인디언들은 2월을 ‘홀로 걷는 달’이라고 하고, 3월은 ‘마음을 움직이는 달’이라고 했단다. 홀로 걷는 시간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 된다. 정말 서로의 마음을 움직이는 달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