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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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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원은 말 그대로 전통문화와 역사를 바로 세우는 한편, 새 시대에 맞게 재조명하고 얼을 이어가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향교는 예로부터 교육이 생명인 바, 최근에도 시민의 인성교육에 힘쓰며 충효사상에 입각한 유교정신을 고양하고 있다. 노인회는 고령화시대를 맞아 노인의 권익보호와 여가선용을 도모하고 있다.
원로들의 확고한 자리매김이 공동체 생활의 지표로 존재하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세 단체의 수장이 지역사회 안정의 밑바탕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연유로 세 단체의 대표를 선임하는 일은 오래 전부터 중요한 일로 여겨져 왔다. 과거에는 다툼없이 원로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한 분이 추대돼 임기를 다하는 일이 진행됐지만 이 또한 사회가 발전하고 다양화하면서 경쟁체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릇 단체의 대표를 선임하는 일이 항상 단독으로 옹립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위에 언급한 세 단체에서 수장을 선출하는데 과도한 경쟁과 대립이 벌어지는 것도 마뜩찮다는 것이 시민들의 생각이다.
문화원은 지난해 정연주 원장이 연임 뜻이 없음을 내비친 뒤에도 한동안 분위기는 조용했다. 문화원에는 두 명의 부원장이 있는데 정규화 부원장은 이미 2012년 양산향교 전교에 피선됨에 따라 박정수 부원장이 차기 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었다. 문화원 임원진 안에서 달리 도전 의사를 밝힌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사정이 달라졌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옛 양산대학교) 교수를 역임한 심상도 동남문화관광연구소장이 문화원장 도전 의사를 밝힌 것이다. 심 소장은 지난해 시민대상에 추천됐지만 심의 결과 수상자로 결정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문화원장에 뜻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고, 10월에는 ‘양산의 문화관광’이라는 저서를 출간하면서 출마의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문화원 회원이기는 하지만 연륜이 짧고, 지역 문화계에 직접 몸을 담아 활동하지도 않았던 터라 처음에는 큰 의미를 주지 못했지만 이종관 전 문화원장이 뒤에서 도와주고 있다는 소식은 현 문화원 수뇌부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2000년대 초ㆍ중반 연임을 통해 8년을 재임한 이종관 전 문화원장은 본인 퇴임 후 치른 2006년 선거에서 당시 부원장이던 김영돈 씨를 지원해 당선에 이르게 했지만 4년 뒤 김영돈 원장의 연임이 좌절된 후 부터는 사실상 문화원 출입을 하지 않았다. 이 전 원장과의 불화로 딴 살림을 차렸던 향토사연구회도 정연주 원장의 취임 직후 문화원 산하 단체로 복귀했다. 하지만 재임 중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이 전 원장은 당시 자신을 지지했던 회원들이 상당수 남아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향토 문화계를 이끌어가는 기관의 수장을 뽑는 행사가 지나친 경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화원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회원 수가 200여명에 불과했지만 최근 그 두 배가 넘는 규모로 증가했다. 특히 문화원장 선거와 관련한 대결구도가 이뤄지면서 최근 서너 달 동안 200명이 넘는 인원이 회원으로 등록된 것을 두고 문화계 인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양산문화원 정관 및 임원선출규정 등에 따르면, 선거 공고일 기준으로 연회비와 부담금을 납부한 회원은 총회에 참석해 투표할 수 있게 돼 있다. 원장 선거가 대략 6월 중순 이전에 치러질 예정이므로 5월까지는 회원 영입사태가 계속될 전망이다. 회원 자격은 특별한 것이 없기 때문에 지역 내 거주자는 누구라도 가입할 수 있고, 입회비 5만원과 연회비 5만원만 납부하면 총회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이 원장선거를 앞두고 회원 영입이 몰리고 있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참고로 4년 전 선거에는 150명의 회원이 투표에 참가했다.
문화원장은 여느 사회단체장과 그 성격이 다르다. 지역사회의 큰 어른으로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자리다. 인격과 품성은 물론 존경과 인정을 받는 인사가 선출돼야 함은 당연하다 하겠다. 피치 못하게 경쟁선거로 결과를 다툴지라도 서로 품위 있고 온당한 방법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시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