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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블로그에서 퍼왔어요] 손주의 유치원 졸업식..
생활

[블로그에서 퍼왔어요] 손주의 유치원 졸업식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02/25 08:55 수정 2014.02.25 08:55
http://blog.daum.net/hjklz

바람의 카사노바님의 블로그



“아버님 혹시 시간 있으세요? 오늘 현준이 유치원 졸업식인데 오늘따라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요”

둘째 손주 녀석의 졸업. 안 그래도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탓에 어디로 도망을 갈까 궁리하던 차에 “내일 내려가겠다” 하고서 다음날 서둘러 아침을 챙겨 먹고 졸업식장으로 향했다.

어느새 유치원(오봉초 병설유치원) 졸업이라니,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을 한다니. 세월이 참 빠른 것 같다. 애들이 커가는 것만큼 우리는 늙어가지만, 말썽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니 얼마나 대견한지 모른다. 맞벌이하면서도 뒷바라지를 잘 해내고 있는 며느리에게도 고맙고 감사하고 기특하다.

시간 맞춰서 학교에 도착하니 이곳에도 약하게 눈발이 날리고 있다. 교문 앞에 꽃다발 파는 곳에서 초콜릿으로 장식한 작은 꽃다발을 하나 사서 졸업식이 열리는 강당으로 향한다.

마냥 어릴 줄 알았더니 어느새 초등학생이 된 현준이. 여자라고는 없는 집안에 어지간한 여자아이보다 애교도 많고 말을 얼마나 똑 부러지게 잘하는지. “할아버지~” 하면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하며 두 눈을 똑바로 뜨면 내가 쩔쩔맨다. 마누라는 겁이 안 나도 요 녀석이 뭐라고 하면 꼬리부터 내리니 이래서 할배, 할매는 손주 바보가 되나 보다.

졸업생을 대표해서 교장 선생님 앞에 서 있는 모습이 의젓하다. 졸업증서도 받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축사와 답사도 하고. 아침마다 불렀던 원가를 끝으로 졸업식이 끝났다.

점심으로 뭐 먹고 싶냐고 오늘은 원하는 대로 다 해준다는 할매의 말에 고민하는 척하더니 이마트에 있는 식당으로 가자고 한다. 요 영리한 녀석이 장난감이 많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하는 속셈을 모를 리가 없건만, 모르는 척 그렇게 하자고 했더니 신이 났다. 점심을 해결하고 더 하고 싶은 게 없냐고 물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꼭 갖고 싶은 게 있다고 녀석이 반색한다.

장난감이 있는 곳에 가더니 꼭 가지고 싶었던 거라며 동그라미가 몇 개나 되는 것을 집는다. 그러면서 형 것도 챙겨야 한다며 또 하나를 손에 쥐니 어쩔 도리가 없다. 얇아진 주머니가 더욱 얇아질 수밖에. 마누라가 이랬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겠지만, 눈웃음 살살 치는 요 녀석을 위해 쓰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아무래도 좋으니까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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