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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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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기다려라
유월 밀밭처럼 몸을 태우며
휘휘 자궁을 닦아내는 의식(儀式) 앞에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이겠는가
두 손 모으고 발 둥둥 구르는 일 말고
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눈보라 치는 이 겨울 속에서
꽃망울 터트리는 일월 동백처럼
뜨겁게 뜨겁게 삶의 불꽃을 방생하는 철녀(鐵女) 앞에서
우리 다만 조금 더 말을 아끼고
조금 더 마음이 가난해지는 사랑 아니면
그 무엇이 될 수 있겠는가
몸속 겨울 시린 강을 녹이려는 사람이여
조금만 더 기다리시라
원무현 시인
1963년 경북 성주 출생. 2004년 격월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작품 활동 시작. 현, ‘부산작가회의’, ‘시무덤’동인. 시집으로,『홍어』(한국문연, 2005),『사소한, 아주 사소한』(지혜, 2012)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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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놀라워라! ‘붕어빵’을 구워내는 ‘빵틀’에서 여성의 ‘자궁’을 봤다니. ‘눈보라 치는 이 겨울’같은 세상 속에서 ‘뜨겁게 뜨겁게 삶의 불꽃을 방생하는 철녀’의 모습을 상기할 수 있었다니. 사물에 대한 지속적이고도 섬세한 관찰을 하지 않고서는 쉽게 그려낼 수 없는 표현이다. 가장 오래되고도 진부한 ‘사랑’이라는 주제가 이렇게 새롭게 읽히는 것은 시인이 그려 보이는 이 낯선 이미지 때문이리라.
급히 만들어진 집이 금방 물이 새듯이 급속히 이루어진 사랑 또한 쉽게 깨어진다는 것. ‘몸속 겨울 시린 강을 녹이’는 뜨거운 사랑을 하려거든 ‘조금 더 말을 아끼고’,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 시인의 말, ‘뜨겁게’ 그러나 쉬 식지 않는 사랑 이야기가 무덤덤한 내 가슴에도 새삼 뭉클 전달되어 온다. 그대, 진정 사랑을 원하시거든 재촉하지 마시고, 조금 더 기다리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