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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선승(禪僧)같은 교사를 위하여..
오피니언

[교단일기] 선승(禪僧)같은 교사를 위하여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03/11 11:42 수정 2014.03.11 11:42



 
↑↑ 유병준
범어고등학교 교사
 
언젠가 어느 절에 갔을 때 보았던 노스님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스님은 남루한 옷에 지팡이 하나 들고 길을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어린 아들과 함께 힘들게 길을 오르다 옆을 스쳐 지나게 됐는데, 스님은 아이를 바라보며 환한 얼굴로 “힘들제. 그래도 조금만 가면 돼”라며 지나갔다. 그 얼굴에서 느껴지는 거칠 것 없는 자유로움과 안온함, 자연스러움은 오랫동안 하나의 이미지로 남았다. 평생을 하나의 화두를 안고 그것을 풀기 위해 용맹 정진해온 수도자의 눈빛과 자세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교사도 선승처럼 하나의 화두를 안고 살아간다. 교사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배움으로 이끌 것인가’하는 것이다. 어떤 배움인가에 대한 것은 수많은 화두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점수 따기 경쟁을 위한 배움이 아닌 근원적인 배움에 대한 화두라고 한다면, 이 오래된 화두는 교사의 모습을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라기보다 앎과 삶의 일치를 통한 모범적 삶의 전형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삶의 지표에 대한 기대를 걸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 돼 가고 있다. 교사의 일에 대한 보상이 외적 보상에 치우친 나머지 교육에서 추구해야 할 본질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교사를 수치로 통계를 내 평가하려고 하거나, 교직의 성공을 승진에 두려는 경향이 현실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느낌이다. 승진을 위해서는 소수점 얼마까지 계산해야 하는 상황을 보면 더 그런 느낌이 든다.

어떤 삶이든 외적 동기와 보상이 주어지는 것보다 내적 동기와 보상이 주어지는 삶이 근원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교사 가운데는 선승처럼 평생 그런 삶을 사는 교사가 있다. 오로지 자신이 풀어야 할 화두를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승같은 교사다. 배움이 강요나 억압이 아닌 자기 삶의 실현임을 실천하는 교사에게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보다 나은 배움을 위해 잘못된 것에 항거하며 오로지 배움에의 순수한 열정을 쏟아내는 교사다. 그들은 어떤 일을 하고 싶고, 하도록 하는 힘은 무엇인가를 알고 그 일을 이뤄냈을 때 느끼는 최적의 경험을 체득한 교사다.

몇 년 전 명퇴한 선배 교사에게서 그런 삶을 볼 수 있었다. 시계처럼 정확하게 자신의 일을 철저히 준비해 몸소 실천하며 학생에게 보여주는 교사였다. 그는 화장실 바닥도 걸레로 윤이 나도록 닦고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할 농담도 미리 공부하기까지 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준비를 통해 학생에게 지식 전달자 이상의 근원적인 태도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삶이었다.

외적 보상에 연연해하지 않고 자발적이며 완전한 헌신의 삶. 완전한 자기 목적적인 경험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선승과 같은 교사의 삶일 것이다. 이러한 삶은 끝없는 자기성찰과 실천 속에서 얻어질 수밖에 없다.

매일같이 교사의 부정적인 면만을 기사거리로 만들어 부각시키는 풍토에 오늘도 선승과 같이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이가를 화두로 삶을 묵묵히 실천하는 교사를 위한 교육정책이 제대로 입안되고 실현되기를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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