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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 한줄의 노트] 감자를 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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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줄의 노트] 감자를 캐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03/18 10:18 수정 2014.03.18 10:18




 
↑↑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뙤약볕 아래 감자를 캐며
손 안 가득 둥근 구근을 뿌듯하게 느끼며
나는 흙의 두근거림을 듣는다
호미가 홁의 심장 언저리를 건드렸는지
늑골이 부서지며 까맣게 쏟아지는 개미떼들
그들도 두근두근거리며 재빨리 흩어진다
돌아보면 천지사방 두근거림
밭두둑 콩잎의 두근거림
하얗게 핀 토끼풀꽃의 두근거림
넘쳐나는 햇살의 두근거림
햇살 아래 뒹굴며 몸을 말리고 있는
주먹만한 감자들
한 알 한 알의 두근거림
둥근 감자의 울퉁불퉁함은
오래된 별들을 닮았다
대낮이라 보이지 않지만
낯익은 숨결 느껴지는
그런 별들의 두근거림


살아 있음, 두근거림

송은숙 시인
대전 출생. 2004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신인상 수상,  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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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흙을 의인화해 ‘두근거린다’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두근거림의 근원, 곧 심장을 ‘감자’로 형상화한 것이 참 신선하군요. 생명을 품고 있는 흙은 ‘심장’의 표면이 되고 그 안에서는 살아 있음으로 요동치는 감자의 박동이 있는 것이지요. 감자 한 알을 캐면서도 사색을 멈추지 않는, 끊임없는 사유가 이렇게 좋은 시 한편을 생산해 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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