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각 지자체 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 난 축제는 현재 전국에 걸쳐 1천여개가 넘는다. 예전에는 제의의 성격이었으나 현재는 휴식이나 재충전의 의미, 문화소비자 중심의 행사로 치러지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나아가 공동체 일체감 조성에서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축제가 지역 전통이나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면서 이를 외부에 알리고 경제 효과를 얻고자 하는 본래 목적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축제의 난립과 기획력 부족에 따른 비슷비슷한 프로그램 등으로 축제 간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지역 축제가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양산시는 원동매화축제를 전국적인 축제로 키워간다는 복안이다. 과연 원동매화축제를 성공한 지역축제로 키워낼 수 있을지, 아니면 유명무실한 동네잔치에 머물고 말 것인지 양산시는 심사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주차문제 해결 최우선 과제
낙동강 공원, 임시주차장 활용
↑↑ 원동매화축제가 열린 이틀 간 물금에서 원동으로 이어지는 지방도1022호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사진은 범어지하차도 앞까지 차량이 밀려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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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열린 지난 23일, 원동 축제장으로 가는 도로는 양산부산대병원 앞까지 차가 밀렸다. 가다말다를 반복하며 몇 시간씩 걸려 겨우 축제장에 도착해도 주차할 공간이 부족해 차를 돌리거나 축제장을 그대로 통과하는 차량도 보였다. 양산시가 원동면 원리마을에서 축제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했지만 100여미터 이상 줄을 서고 40여분 이상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부산에서 온 한 시민은 간이 화장실도 없다며 한마디로 “제대로 준비된 게 하나도 없다”고 푸념했다.
차가 밀리는 것은 도로가 일차선이기 때문이 아니라 주차공간이 절대 부족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주차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축제에 대한 이미지 손상과 함께 축제를 성공 시킬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셔틀버스 운행 차량을 늘리고 휴경지를 임차해 주차장으로 확보하는 등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한편으로, 축제기간 동안만이라도 낙동강에 배를 띄우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주차 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물금 황산문화체육공원에 차를 주차하고 배를 타고 원동마을에 내려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주차문제를 상당부분 해소 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원동매화축제는 말 그대로 매화를 소재로 한 축제다. 문제는 매화라는 소재를 이미 전라남도 광양시에서 선점했다는 점. 섬진강을 따라 조성된 수만평의 매화밭이 장관인 광양매화문화축제는 올해로 17년이나 된 행사다.
광양매화축제와 차별화해야
축제추진위, 전문가 영입필요
원동매화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광양매화문화축제를 넘어서는 컨텐츠 개발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명실상부한 축제추진위를 구성해야 한다. 지금처럼 주민 몇 명과 공무원 몇 명으로 구성된 추진위가 아니라 축제와 관련된 분야별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
나아가, 추진위는 축제 프로그램에서 부터 주민 참여 방안,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전시와 공연 등 재능기부, 교통대책, 홍보 등 축제 전 분야를 일년 내내 준비하고 실행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연대 등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 축제 기획단계에서부터 끝나는 시점까지 모니터링을 시켜 지속으로 개선점을 찾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광양매화문화축제는 지난해까지 3억원의 예산을 들였으나 올해부터는 5억원으로 늘였다. 이처럼 전국에 알려진 축제들 역시 적게는 5억원에서 7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을 들여서 축제를 연다.
지난해 3억원을 들인 광양매화문화축제에는 110만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방문객은 광양, 순천, 여수를 제외한 외지인이 81.3%를 차지해 서울과 경기, 부산과 경상, 충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찾아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축제가 500억원 정도의 직ㆍ간접적인 경제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됐다. 이처럼 굴뚝 없는 산업으로 일컫는 문화관광산업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러므로 내용이 탄탄한 축제로 키워내 지역경제 부흥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예산 증액은 필수다.
그런데 원동매화축제의 프로그램을 보면 너무나 빈약하다. 매화밭에서 오카리나 연주와 무명가수들의 공연, 시립합창단의 무대 공연이 고작이다. 양산에도 화가, 조각가, 시인, 도예가 등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음에도 축제장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는 사진전 딱 하나였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투자 없는 축제는 콘텐츠 부실로 이어진다. 특별한 볼거리, 먹거리, 즐길 무언가가 없다면 축제장은 지역민들 주말 나들이 길에 불과할 것이다.
조급성 버리고 긴 안목으로 접근
체류형 관광으로 청사진 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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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 원동매화축제를 긴 안목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세계에서 성공한 축제로 평가받는 에든버러 축제 등은 백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예산을 늘린다고 하루아침에 수준 높은 축제가 되진 않는다. 당장 투자 대비 성과에 연연하는 행정의 조급성에서 벗어나 시민과 관, 축제 전문가들이 하나 되어 축제의 장기 청사진을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한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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