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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준 범어고등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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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시간을 당기고 자습하는 시간도 늘어났고 방과 후 수업에다 특강까지 해야 하니 교사나 학생이나 다들 힘들었다. 매일이 고단하고 힘들어 3월 한 달이 길게만 느껴지더니 벌써 4월이란다.
이런 3월이 지나 4월이 되고 보니 서서히 힘에 부쳐 조금씩 낙오하는 아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처음 시작할 때 의욕에 넘쳐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밤을 새워 공부할 것 같은 아이들이 이제는 조금씩 눈빛이 흐려지고 느슨해지고 있다. 너무 빨리 지치고 있는 느낌이다. 수능까지 공부해야 할 것을 3월 한 달에 다하고 만 느낌이다.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3학년이라는 상황에서 방과 후 수업과 자습이 습관화되지 않은 아이들을 수능까지 끌고 가기에는 참 어렵다. 충분한 시간을 통해 꾸준함을 터득하도록 해야 하는데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우격다짐으로 끌고 갈 수도 없다. 게다가 올해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라 아이들을 꾸준하게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관찰과 경험에서 얻게 되는 법칙인 경험칙에서 보면 결국 급하더라도 둘러가라는 식으로 꾸준함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눈 앞의 일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삶을 멀리 보고 스스로 선택한 일을 통해 배울 것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결국 교육이 입시를 위한 경쟁을 강조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생각하게 한다. 단순히 지금 당장의 일에만 매몰돼 급박하게 하는 일은 오래 하지 못하게 된다. 연예인들 중 반짝 스타였다가 진정한 예술가로 거듭나기 위해 자신의 길을 꾸준하게 걸어가고 있는 사례를 통해서 보면 학교에서 꾸준함을 습관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꾸준함을 기르게 할 수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이에 대한 답을 보여주고 있다. 그를 소설가로만 알고 있지만 꾸준히 달리기를 하는 사람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마라톤을 스무 번이 넘게 완주한 경험을 통해 달리기라는 스스로 선택한 고통을 통해 배우게 된 것을 말하고 있다. 그가 달리는 것은 누구를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설정한 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고 자기 검증 시스템이란 것이다. 그리고 계속하는 것, 즉 꾸준함을 위해서는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교육에서 경쟁을 강조하면서 누구를 이기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으로 몰아가는 듯한 분위기에서 아이들은 지쳐가고 있다. 어떤 한 가지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남을 이겨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일을 통해 꾸준히 배우게 되는 경험을 갖도록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늘 입시에 머물러 있어 삶 전체를 전망하면서 꾸준하게 노력하도록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입시가 끝나면 공부도 끝나는 것이 되는 악순환은 여전하다. 배움이 입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꾸준히 무엇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