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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선거 특수(特需)는 옛말..
오피니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선거 특수(特需)는 옛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04/15 11:23 수정 2014.04.15 11:23
돈 선거 단속 강화 후 선거특수 자취 감춰

너나없이 한목소리로 경제 살리기 외쳐대지만

선거 끝나면 잊어버리는 직무태만 사라져야



 
↑↑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는 뜨지 않는다. 후보자나 주변 사람들만 바쁠 따름이다. 이른바 돈 쓰는 선거에 브레이크가 걸린 후로 선거풍토가 엄청나게 달라졌다. 밥 한 그릇 잘못 얻어먹었다가 걸리는 날에는 몇 십배를 물어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평소보다 단체손님이 확 줄었다.

오해받을 만한 자리를 만들기 싫어 모임도 선거 뒤로 미루기 일쑤다. 행사를 하더라도 기념품이나 뒤풀이가 생략되곤 한다. 관광버스를 이용한 나들이도 대폭 줄었다. 예전에는 이맘때 꽃구경 가는 행렬이 줄을 이었는데 올해는 종무소식이다. 시민들의 생활기반인 중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죽는 소리를 하는 건 당연하다. 아예 올 한해는 공쳤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해방된 지 3년이 지난 1948년 5월, 현대적인 의미의 선거가 처음 있었다. 제헌국회를 구성한 총선거였다. 비록 3.8선을 경계로 남한만의 단독선거였지만 정상적으로 치러서 그해 7월 제헌국회를 구성하고 초대 대통령으로 이승만 박사를 선출했다. 그 후 우리나라 정치사는 숱한 역경과 난관을 넘고 여기까지 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선거’ 하면 대중유세와 선물공세가 난무했다. 막걸리와 고무신으로 대변되는 돈 선거가 가난한 유권자들을 흔들어놓았다. 살림살이가 고달팠던 시대에는 쉽게 선물에 현혹되곤 했다. 선거 때만 되면 관광버스가 동이 났다. 동네 사람 열 명만 모여도 후보자 불러서 밥값 내라고 했다.

종친 문중 몰표 준다고 거액을 요구하고, 동창회 소개시켜 준다고 웃돈을 바라곤 했다. 일각에서는 ‘거지 근성’이라는 말로 폄하했지만 ‘소금 먹은 놈 물 켠다’고 돈 선거는 나름 효능을 발휘했고 그 전통은 말없이 전래되고 있었다.

악(惡)도 진화한다고 했다. 유권자를 매수하는 단순한 돈 선거가 점차 조직적이고 대형으로 발전해갔다. 대상도 정당 내부로 옮겨 붙었다.

1980년대 이후 지역감정이 본격화되면서 정당 공천이 당락을 좌우하는 1차 관문이 되면서 돈보따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차떼기 선거’라는 용어가 나온 것도 이 때다. 중진 정치인은 특별한 벌이가 없어도 공천장사로 배를 불렸고, 전당대회에서는 돈봉투가 돌아다녔다.

‘선거=돈’의 공식이 민주주의를 좀먹고 건전한 선거풍토를 저해한다는 사회인식이 대두된 것은 당연한 시민의식의 결과다. 선거법에 대한 손질이 뒤따랐다. 선거관리위원회도 돈 선거의 예방과 적발에 초점을 맞췄다.

후보자로부터 받은 향응에 대해서는 최고 50배의 과태료를 물리는 법안이 마련됐다. 최근에는 내부자의 고발 시 면책특권과 함께 거액의 포상금을 주는 제도까지 도입했다. 음성적인 뒷돈 거래의 적발은 내부자 고발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한 기초 단체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최측근인 사무장이 후보자의 비리를 신고해 거액의 포상금을 타는 일이 있었다.

강화된 법규에 의해 몇 번의 선거를 치르다보니 모두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챘다. 6천원짜리 설렁탕 한 그릇 얻어먹고는 온 마을 사람들이 수십만원씩 과태료를 문 사례가 전국 뉴스에 전파되자 많은 사람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라고 오이밭에서 신발을 갈아신다가는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오히려 경제활동이 위축됐다. 행사나 모임도 가급적 선거기간 중에는 자제하는 경향이 생겼다. 꽃놀이 여행도 선거 뒤로 미루거나 취소했다. 손주 돌잔치도 집안에서 하기로 하고, 동창회나 야유회도 줄이거나 생략하는 등 대외활동이 현저하게 위축되고 있다.

이 결과 요식업, 관광업, 광고, 기념품점 등 자영업의 뿌리인 도ㆍ소매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선거 출마자들이 내세우는 대표적 공약인 ‘지역경제 살리기’가 역공을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웃으며 손을 잡고 있는 후보자의 모습 뒤로 시민들의 어두운 표정이 투영되고 있다.

하지만 어찌할 것인가. 돈 선거가 사라지면 그만큼 사회정의가 뿌리내릴 것 아닌가. 당장은 아프지만 반드시 딛고 일어서야 할 민주화의 몸살이다.

선거에 나선 모든 후보들은 명심해야 한다. 지방정치의 대의가 무엇인가. 바로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행복을 추구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정치인들의 할 일이다. 자신의 영광 뒤에 고통을 참고 이기는 시민들의 애환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선 즉시 민생을 위한 행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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