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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우리들의 특별한 봄 소풍, 위안부 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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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우리들의 특별한 봄 소풍, 위안부 역사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04/22 10:03 수정 2014.04.22 10:03



 
↑↑ 이다은
양산여고 3학년
 
열아홉 수험생들의 현장체험학습, 우리는 고교시절 마지막 소풍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조금은 특별한 곳으로 나들이를 떠나게 됐다.

그 출발점은 ‘부산 유일의 위안부 역사관이 폐관 위기에 놓였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부터다. 기사를 읽고나서 우리는 누구하나 싫은 기색 없이 기꺼운 마음으로 부산 수영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위안부 역사관의 정식 명칭은 ‘민족과 여성 역사관’이다. 위안부와 관련된 신문 기사 모음과 사진들, 일본군 위안소 증거자료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투쟁한 시모노세키 재판 자료들도 있었다. 위안부 할머님들이 미술심리치료를 통해 직접 그리셨다는 그림들엔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당시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다소 무거운 내용의 전시물과 다큐 영상을 보다 보니 처음의 들뜬 분위기는 사라지고 모두가 숙연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실상은 훨씬 충격적이고 끔찍한 이야기들뿐이었다. 속아서, 또는 강제로 끌려가 성노예 생활을 해야 했던 소녀들은 당시 우리보다 더 어린 나이였다. 그 점이 우리를 더 울게 만들었다.

강연을 다 듣고 난 후, 우리는 학급활동 지원비를 포함해 각자 아껴둔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마련한 후원금을 전달했다. 역사관 운영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하는데 비록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폐관 위기를 막는 데 적게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좋았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위안부 피해자는 최대 20만명이 넘는다. 일본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와 책임을 묻는 수요집회도 1천100회를 넘겼다. 유엔에서는 정식으로 사죄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일본은 잘못을 회피하기만 하고 있다. 세월이 많이 지나면서 건강 악화로 돌아가신 할머니들이 점점 많아져 이제는 고작 100명 남짓 남으셨다.

 위안부 문제는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야 하는 역사다. 그럼에도 갈수록 위안부가 뭔지 모르는 학생들은 늘어나고 사람들의 관심사에서도 동떨어져 가고 있다. 심지어 작은 규모와 홍보 부족 때문인지 부산에 사는 시민들은 ‘민족과 여성 역사관’의 존재를 잘 모른다고 한다.

이처럼 부산지역에서 유일하게 위안부 투쟁 역사를 지키고 알려온 역사관마저 폐관된다면, 위안부 문제는 사람들 기억 속에서 점점 잊힐 것이다. 아직 남아있는 피해 할머니들의 억울함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이곳을 지켜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가 아닐까 싶다.

평범하게 끝날 수 있었던 우리의 현장체험학습을 빛내준 곳, 민족과 여성 역사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앞으로도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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