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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시] 양등 댁
오피니언

[초대시] 양등 댁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04/29 09:00 수정 2014.04.29 09:00




 
↑↑ 이병길
시인
<주변인과문학> 편집위원
 
지곡 저수지 정자에 가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허리가 꼿꼿한 일흔아홉 양등 댁이 있다
서른여덟 때 밭고랑 매다 뇌졸중이 와서 죽었다가 살았다 한다
그 때문인지 기억이 가끔 왔다 갔다 한단다
그래도 저수지에 잠겨버린 옛집을 잊지 않고
저수지 건너 남편이 심었다는 감나무 이야기에 목이 메인다
하늘 맑은 날 옛집이 보일까 물 속 깊이 눈을 놓는다
다 큰 아들들 땜에 살림은 걱정 없는 데 기억이 걱정이란다
그래도 옛날 어르신에게 들었던 마을 이야기는 총명하게 말씀하신다


옛날 아주 옛날에 큰 홍수가 났어
모든 것이 잠겨 말 주민들이 천화현으로 모두 올라 갔는기라
위에서 보니 그 높던 산도 물에 잠기고 쬐끄만 땅만 보이는 기라
그래서 사람들이 하나둘 이름을 지었지
저 봉우리는 매 한 마리가 겨우 앉을 땅이 남았다 해서 매봉산
또 이짝 산은 옷자락만큼 남았다 해서 오두산
글코 저 산은 말이여
소 등에 얹는 바구니만큼 땅이 남아서 밝얼산이라 했어


산이 머리 감고 있는 지곡 저수지에
정신이 오락가락했담서 옛날 것은 그대로인 양등 댁 최씨 할매는
오늘도 천화현 물과 산, 바람 만나는 정자에서 정신을 씻고 있다



*시작 노트 :  할매가 있다. 양등마을에서 시집온 지 육십 년이 넘었다. 그런데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그런데 추억은 통장처럼 끄집어낸다. 그런 할매 끝내 이름은 안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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