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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우리도 이제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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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우리도 이제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을 지키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04/29 09:18 수정 2014.04.29 09:18



 
↑↑ 강진상
평산교회 담임목사
 
1852년 영국 해군 수송선 버큰헤이드호(Birkenhead)가 남아프리카로 가던 중 케이프타운 66km 전방에서 암초에 부딪쳐 침몰하게 된다. 승객들은 630명이었으나 구명보트는 60명을 태울 수 있는 단 세 척뿐. 180명밖에 구조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령관 시드니 세튼 대령은 주로 신병들인 모든 병사들을 갑판 위에 모이게 한 뒤 부동자세로 서있게 했다. 이어 여자와 아이들을 3척의 구명보트에 태우게 했다. 여자와 어린이를 태운 3척의 구명보트는 침몰하고 있던 버큰헤이드호를 떠났고, 군인들은 세튼 대령의 명령에 따라 끝까지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그리하여 사령관 세튼 대령을 포함한 436명이 그대로 수장됐다.

이후로 ‘사고 시에는 여자와 어린이 먼저’라는 전통이 세워졌는데, 그 배의 이름을 따서 ‘버큰헤이드 호의 전통’이라고 부른다.

1912년 4월 14일에 일어난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로 ‘여자와 어린이 먼저’ 전통이 지켜졌다. 승선자 2천208명 중 1천523명이 숨지고 711명만이 구출된 최악의 해양참사였으나 ‘버큰헤이드호의 전통’대로 제한된 구명보트에는 여자와 어린이부터 승선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처럼 승무원들은 여자와 어린이를 먼저 탈출시키고 자신들은 배와 함께 수장된다. 서로 탈출하려고 혼돈의 상황에서도 갑판에서 연주를 한 일곱 명의 악사들은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침몰 순간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배와 함께 물속에 잠겼다.

2009년 1월 15일 미국 뉴욕 허드슨강. 승객 150명을 태운 US에어웨이 1549편이 새 떼와의 충돌로 엔진이 멈추면서 불시착했다.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과 승무원들은 침몰시 구조가 어렵다고 보고 부력장치를 가동한 채, 비상구를 열어 승객들을 양 날개에 균형감 있게 안내했다.

사고 직후 신고를 받은 뉴욕항만청 구조팀은 3분 만에 구조선과 헬기를 출동시켜 승객 150명 모두 무사히 구조했다. 기장과 승무원들의 빠른 판단력과 침착한 대응, 재난 대응 시스템(NIMS) 매뉴얼이 몸에 밴 뉴욕항만청의 기민한 출동과 구조가 낳은 ‘허드슨 강의 기적’이다.

2011년 승객 104명과 승무원 26명을 태운 채 부산을 떠난 제주행 설봉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자정을 넘겨 모두 잠든 시간이었지만 승무원들의 대응은 신속했다. 선장은 해양경찰에 신고한 후 곧바로 구조작업에 착수했다.

승무원들은 선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구명조끼를 지급했고, 승객들을 갑판 위로 대피시킨 뒤, 구명보트를 펼쳐 하나하나 안전하게 옮겨 타도록 유도했다. 해경과 해군 경비함은 2시간 동안 사투를 벌여 승객과 승무원을 전원 구조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세월호는 어땠나? 선장은 가장 먼저 탈출했고 항해사와 기관사도 선두에 서서 탈출했다. 아이들은 선실에 대기하라고 내버려둔 채였다. 어른들은 70%가량 구조됐지만 단원고 학생들은 23%만 구조됐다.

‘여자와 어린이 먼저’라는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180도 다른 ‘룰’이 적용된 셈이다. 요즘 어른으로 산다는 게 부끄럽다. 이제 우리나라도 재난의 현장에서 여자와 어린이 먼저라는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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