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4 지방선거를 맞아 시민 의견이 바람직한 양산시 정책으로 입안될 수 있도록 지역의제 세 가지를 선정해 연속 보도한다. 이 밖에도 시민이 제안하는 지역의제가 있다면 계속 보도해 나갈 계획이다. 많은 시민의 참여를 바란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장애인체육회 설립
2. 도시계획과 예산 편성, 시민참여
3. 산업단지, 유치만이 능사인가
# 사례 1.
산업재해로 중도 장애를 가지게 된 백창근 씨는 양산 탁구계는 물론 전국 장애인 탁구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선수다. 그는 장애인세계선수권 탁구대회와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땄다. 해마다 장애인전국체전에 경남대표 선수로 참가하고 있다.
현재 양산탁구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지체장애인협회와 한 학원의 의뢰를 받아 장애인들에게 탁구를 가르치고 있다. 어느 날 장애인이 되고 나서 겪은 고통은 상상조차하기 힘들었다는 그는 탁구를 하면서 존재의 가치를 찾았고 운동을 통해 신체재활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장애인들에게 있어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그는 시청을 찾아가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탁구를 가르치고 싶다며 그런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했지만 연결받지 못했다.
전국대회에 나가면 다른 시, 도 선수들은 소속 지자체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출전하는 데 자신만 개인 유니폼을 입는지라 양산시청에 양산시 이름을 달고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건의했다. 담당자가 다음 대회 때는 사전에 연락을 달라고 해 대회 출전을 알렸더니 차비나 하라며 봉투에 3만원을 넣어 주더란다. 돈이 아니라 양산시 대표라는 자긍심을 갖고 싶었던 그는 그 일 이후 다시는 행정을 찾지 않았다.
# 사례 2.
지난달 29일, 베스트볼링센터에서는 양산을 비롯해 창원, 김해, 진주 등 경남지역 16개 시ㆍ군 농아인 볼링 선수단과 임원진 250여명이 참석해 열띤 경기를 펼쳤다. 이 대회는 경남농아인체육연맹과 경남장애인체육회가 주최하고 경남농아인협회 양산시지부가 주관한 제19회 경남농아인볼링대회였다. 그러나 우리 고장에서 장애인볼링대회가 열렸고 양산시 선수들도 참가해 경기를 펼쳤지만 정작, 시민의 체육활동을 지원해야 할 양산시체육회나 양산시생활체육회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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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활동 차별 금지, 체육회 창립 권장
경남지역은 김해시가 유일하게 창립
<국민체육진흥법> 34조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체육활동의 차별금지)에는 국민들의 체육진흥을 도모하고 특히,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체육활동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5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만들어졌고 2006년 12월에는 경상남도장애인체육회가 창립됐다.
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 생활체육의 다양화로 장애인들의 욕구를 충족하고 여가 시간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정서 안정을 도와 재활의지를 북돋움으로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창립됐다. 나아가 장애인들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주며 장애인 체육활동을 활성화 시켜 참여기회의 폭을 넓히고 우수 장애체육인을 양성한다는 목적을 두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올림픽대회,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아시아장애청소년경기대회, 농아인올림픽대회, 스페셜올림픽대회 등 국제대회에 참가하고 전국장애인체육대회와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전국장애인청소년체육대회를 열고 있다. 경남장애인체육회는 이들 대회와 전국장애인생활축전에 참가할 선수들을 선발, 관리하며 장애유형별, 종목별 도내 장애인대회 행사를 열거나 후원하고 훈련을 지도한다.
현재 전국 광역시ㆍ도는 모두 장애인체육회를 창립했다. 세종시도 최근 장애인체육회를 설립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전국 시ㆍ군 자치단체를 살펴보면 경기도 16개 시ㆍ군, 충청북도 6개 시ㆍ군 등 모두 44개 시ㆍ군이 장애인체육회를 두고 있다. 하지만 경남은 현재 인근 김해시만 장애인체육회를 창립한 실정이다.
양산시 장애인 인구는 1만2천371명이 등록돼 있다. 이 가운데 경남장애인체육회에 등록돼 있는 선수는 125명(남자 102명, 여자 23명)에 불과하다.
장애인 체육인들은 축구, 배구, 게이트볼, 골볼, 양궁, 탁구, 배드민턴, 댄스스포츠, 디스크골프, 론볼, 보치아, 사격, 역도 등 일반 체육인들과 다름없이 거의 모든 종목에서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양산시에는 장애인단체들이 자체로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지체장애인협회에서 탁구와 게이트볼, 농아인협회가 축구, 볼링과 게이트볼, 신체장애인협회에서 게이트볼을 하고 있으며 개인으로 배드민턴을 하는 장애인들이 있다.
양산장애인 1만2천371명 가운데ⓒ
고작 125명만이 경남체육회 등록
이에 대해 가야대학교에서 특수체육교육 분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상희 씨는 “장애인 복지단체의 유형과 실정에 따라 체육활동을 하고 있어 장애인의 참여가 제한되고 있으며 해당 유형의 장애인만을 양성함으로서 보편적인 체육서비스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또 “장애인 복지단체에서 행사종목과 일반체육 종목을 구분이 없이 다루고 있어 장애인체육이 발전을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므로 “보다 많은 장애인들을 체육활동에 참여시키고 양산시 장애인체육을 발전시키려면 생활체육과 연계해 다양한 장애인체육교실과 장애인체육클럽 육성이 급선무”라고 했다. 또 “장애인휠체어럭비와 역도, 축구 등 양산시를 대표 할 수 있는 종목을 집중 육성하고 이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 장애인체육회 설립이 선결돼야 한다”고 전했다.
경남장애인체육회 이민호 전문체육팀장은 “양산시 장애인체육회가 없으면 무엇보다 장애인차별철폐법이 있음에도 양산시 장애인체육인들은 차별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적으로 보면 장애인체육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문화관광체육부로 이관되면서 장애인을 위한 복지차원 체육예산은 줄었다고 할 수 있는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회와 생활체육회 지원 중심이라 장애인체육 지원은 한계가 있다”고 한다.
장애인체육회가 있어야 첫째, 시에서 독자적이고 공식적인 예산을 배정받아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선수 육성과 관리, 전문지도자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질 수 있다. 둘째, 단체에만 빌려주는 다중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시설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시설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을 요구 할 수 있다. 셋째,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시행하는 장애인체육전문 프로그램과 승합차량 공모 등에서 별도 예산을 따 올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체육회 설립 장애인들 숙원
양산시는 소극적 자세 일관
이에 대해 양산시청 교육체육지원과는 “장애인체육회 설립에는 공감하지만 시기가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특히, 시장도 부재 중인지라 새 시장이 뽑히면 검토 해 볼 사안이다. 도내 다른 시군의 추이를 보자”며 소극적인 입장이다. 그러면서 장애인단체들이 체육대회에 참가하면 예산을 지원하고 있고 전국체전과 도민체전 단위 대회에서 입상하면 소정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양산시의 체육 전반을 관장하는 양산시체육회나 양산시생활체육회 또한 장애인체육에 대한 예산이나 프로그램 설치, 전문가 지도 등이 전무한 실정이다.
한 장애인단체 간부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 25조에서 장애인이라고 해서 체육활동에 있어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1만여명이 넘는 양산시 장애인들이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예산, 시설 이용, 체육프로그램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려면 장애인체육회 설립은 필수고 그것은 순전히 자치단체장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체육은 개인 건강이나 취미의 문제이기 이전에 자치단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는 시민의 건강과 체력이 확보돼야 그 자치단체의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들에게는 자아실현과 사회통합을 통한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는 양산시장애인체육회 설립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관호 기자 hohan1210@y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