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4 지방선거를 맞아 시민 의견이 바람직한 양산시 정책으로 입안될 수 있도록 지역의제 세 가지를 선정해 연속 보도한다. 이 밖에도 시민이 제안하는 지역의제가 있다면 계속 보도해 나갈 계획이다. 많은 시민의 참여를 바란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장애인체육회 설립 시민참여
2. 도시계획과 예산 편성, 시민참여
3. 산업단지, 유치만이 능사인가
올해 양산시 예산은 6천336억원이다. 이 예산은 어떻게 세우고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가.
이 가운데 올바로 쓰일 좋은 예산과 시장이나 의회 의원 등 정치인의 선심성 예산을 비롯해 나쁜 예산은 없는가? 양산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기업하기 좋은 도시인가 아니면 교육도시인가 그도 아니면 관광 도시로 나아가야 하는가?
1991년 지자체 부활 이후 행정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지자체 마다 시민 참여를 높이는 정책들을 개발, 시행하는 가운데 양산시도 시민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행정 정보를 공개하고 각종 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시민참여 예산제를 도입했다. 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주인의 시정 참여 현주소를 살펴보고 수원시 도시계획 시민계획단 사례를 통해 보다 나은 시민참여 방안을 모색해 본다.
시민참여예산제, 내실 기해야
지자체는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2011년부터 주민참여 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시민이 내는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게 바람직한지 시민을 예산편성에 참여시키는 제도다.
양산시는 지난 2011년 7월 <양산시 주민참여 예산제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조례가 제정된 지 3년여가 지났지만 시민참여 성과는 물론 제도 자체를 아는 시민도 드문 실정이다.
정석자 시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시청 홈페이지와 이·통장 회의를 통해 제안을 받는 설문조사만 한차례 했다. 그마저도 시민이 양산시 전반적인 예산 편성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고 설문 항목이 추상적이라 시민 관심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 참여를 높이려면 먼저 ‘찾아가는 주민참여예산학교’ 등을 통해 시민에게 예산편성 현황을 알려주고 주민예산위원회 또는 연구회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인근 울산 북구에서는 이 제도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시민이 제안한 165건 중 64건, 99억2천여만원이 올해 예산에 반영됐다. 또, 통별 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여는 등 참여예산제 내실화를 추구하고 있다.
양산시 기획예산담당관실은 “시민 참여를 높이기 위해 경남도 ‘참여예산학교’를 신청했으며 내년 예산을 편성하기에 앞서 시민 공청회를 가질 계획이다. 서울 은평구 등 시민참여예산제 모범 운영 사례를 응용해 시민참여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의위원회, 통폐합ㆍ전문성 높여야
지자체마다 흔히 각종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시민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고 있다. 양산시도 비상재해대비시설기준 심의위원회, 소상공인육성자금지원 심의위원회, 양산시수돗물수질 평가위원회 등 78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시청 홈페이지 열린위원회 참조).
하지만 이들 위원회 중 상당수가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양산시청 홈페이지 열린 위원회를 보면 위원회 안건 처리 결과가 단 한 건도 올라와 있지 않은 위원회가 50개 이상이다. 또 한 심의위원은 “회의에서 단 한 마디도 안하고 수당 7만원을 받아가는 위원도 있다”고 한다.
양산시는 “위원회 활동이 천양지차일 수 밖에 없다. 위원회는 심의할 사안이 발생해야 여는 데 1년에 한 번 또는 2, 3년에 한번 심의할 안건이 생기는 위원회도 있다. 반면에 양산시정 조정위원회 등 수시로 열리는 위원회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청 홈페이지에 처리된 안건이 올라와 있지 않은 경우는 위원회는 열었으나 결과를 올리지 않아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슷한 성격의 위원회를 통폐합해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고 위원회 구성은 위촉이 아닌 철저한 공모제로 해야 하며 시민단체, 의회 등의 추천을 통해 대표성,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 복리증진과 관계 깊은 위원회는 필요한 제도이다. 문제는 제도 자체가 아니라 운영의 내실을 다지는 행정의 의지가 중요하다.
도시계획, 수원시를 배우자ⓒ
도시계획은 시민이 살아갈 공간에 주거, 상업, 생산, 휴식 공간 등을 생산적으로 배치하고 교통, 주택, 위생, 교육문화시설 등의 환경을 적정한 위치에 적정하게 설치하려는 계획이다.
도시 계획은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으로 나뉜다. 도시기본계획은 도시 공간 구조와 장기 발전방향을 제시할 종합 계획으로 각종 지구 지정과 시설 설치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다.
양산시는 2030년 양산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8억8천200만원을 들여 (주)도화엔지니어링 외 1개사와 용역을 체결했다. 용역 결과를 토대로 공청회 등 법적 절차를 거쳐 12월에 도시기본계획을 승인할 예정이다.
시민은 복지가 잘 된 도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도시, 문화가 풍성한 도시, 밤 늦은 귀가 길도 안전한 도시를 비롯해 저마다의 도시 모습을 꿈 꿀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이 그리는 다양한 도시 모습을 2030년 양산시의 청사진을 그리는데 참여시킬 방안은 없었는가?
양산시 도시과는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시민 의견을 반영하는 등 행정 절차를 밟았다. 도시 기본계획에는 토지이용계획 등 이권에 관여할 수 있는 정보도 있어 일반 시민을 참여시킬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런 점에서 수원시 사례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것이다.
수원시는 2012년,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시민계획단을 꾸렸다. 시민은 자신이 살고 있는 거주지에 관심이 매우 높으므로 시민을 주체로 도시계획 밑그림을 그리자는 취지였다.
수원시 도시계획과는 6개월 넘게 시민계획단 구성과 운영 등 사전 준비를 마치고 시민계획단 130명을 모집했다. 시청 홈페이지, 언론 등을 통한 홍보와 희망자를 공모하고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구성했다.
구도심 활성화반, 균형발전반, 환경국토반, 역사문화도시반, 마을 만들기반, 경제 활성화반 등 6개반으로 나뉜 시민계획단은 4개월여간 활동을 펼치며 수원도시기본계획을 설계해냈다.
뿐만 아니라, 각 동주민센터를 통해 1천200개가 넘는 시민 제안을 받아 이 가운데 320건을 기본계획에 반영하고 나머지 제안은 해당 실과로 전달했다.
특히, 미래 수원시 주민이 될 청소년도 참여시켜야 한다며 청소년계획단을 꾸렸다. 140여개 초ㆍ중학교에서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2~3학년으로 구성된 청소년계획단 100명을 뽑았다.
이들 청소년계획단의 활동은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국정 사회교과서에 사진과 함께 소개가 되기도 했다.
수원시는 시민계획단 활동을 기록한 백서를 발간하고 그 성과를 이어 갈 후속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수원시의 ‘시민참여형 도시혁신 정책’ 성과는 유엔(UN)에서 성공 사례로 인정받아 유엔 해비타드 대상을 받았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개인 블로그에서 ‘지금까지 도시계획은 행정기관 주도로 수립하고 집행하면서 도시의 주인인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제 밀실행정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했다. 차기 양산시장과 양산시 공무원들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한관호 기자 hohan1210@y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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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주민협치” ⓒ
[인터뷰] 수원시 도시계획과 조경호 도시계획팀장
▲ 행정에 시민을 참여시킨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도시계획 분야다. 어떻게 추진하게 됐나?
수원시는 도시계획단 이전에 시민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민원 등을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가해 판단하게 하는 시민배심원제와 수원시 살림살이를 시민이 평가하는 시민참여예산제 등을 시행해 왔다. 그런 일련의 흐름 가운데서 2030년 수원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 시민들을 참여시켜보자고 했다.
도시계획은 전문성을 요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또, 도시계획 가운데는 토지 이용계획 등 이권에 관여할 수 있는 정보도 있다. 그래서 보통 관련 전문가와 대학교수진 등의 소수 의견만 듣고 용역업체와 비공개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행정만의 중심에서 시민과 공유하고 소통하며 주민거브넌스(민관협치) 구축으로 나아가는 시대다. 도식계획 당사자인 시민의 생각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 시민계획단은 어떻게 구성했나?
수원시 인구가 130만이라 시민계획단도 130명을 모집했다. 회의비 등 어떤 보상을 주는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순수 자원봉사인데도 시민 열기가 무척 높아 참가하지 못한 시민도 꽤 많았다. 남녀, 연령, 직업 등 다양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철저히 안배했다.
▲ 시민계획단이 남긴 성과는?
수원 시정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다. 시민이 사익보다는 공익, 개인보다는 수원시라는 공동체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그리고 수원 시민이라는 자긍심을 갖게된 게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본다.
한관호 기자 hohan1210@y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