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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망신지역’이 안부끄럽다고? ..
사회

‘망신지역’이 안부끄럽다고?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4/05/06 09:46 수정 2014.05.06 09:46
원룸촌 밀집해 쓰레기 불법 투기로 몸살

‘서창망신지역’ 팻말로 시민 양심에 호소

투기 근절 갈 길 멀어… “스스로 바꾸자”



서창동에는 망신지역이 있다.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서창동주민센터에서 상습투기지역 10곳을 ‘서창동 망신지역’으로 지정해 팻말을 세워 놨다. 하지만 일부 주민은 이곳이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보란 듯이 팻말 밑에 쓰레기를 버려뒀다.

원룸이 밀집돼 있는 서창동은 그동안 쓰레기 불법 투기로 몸살을 앓아왔다. 20세대 미만 다세대 주택은 쓰레기 분리수거함 의무설치 규정이 없다. 때문에 원룸 주변은 음식물과 생활폐기물을 뒤섞어 버리거나, 종량제 봉투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사례가 유독 많다. 올해 초 양산시가 다세대 주택 역시 건축허가 때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의무설치하도록 결정했지만, 권장일 뿐 의무사항은 아니다.

김경훈 서창동장은 “서창동은 현재 370동 약 1천800세대가 원룸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일부 주민들은 쓰레기 분리배출 인식이 부족한 외국인노동자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 치부하지만, 실제 단속과 계도 활동을 해보면 양심이 불량한 한국인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몇 년 간 치워 보고, 계도 해보고, 단속을 해도 줄어들지 않자 웅상출장소는 급기야 ‘불법 투기 쓰레기는 수거하지 않겠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법 투기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서창동주민센터가 시민의식을 자극하는 자구책을 내놓은 것이 바로 ‘서창동 망신지역’이다.

김경훈 서창동장은 “불법 투기의 특성상 쓰레기가 쌓인 곳에 더 많은 투기가 일어나는 점을 고려해 지난해 6월 상습 투기 지역 10곳을 선정했다”며 “주민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부끄러운 우리동 망신지역’이라는 설명 문구와 함께 팻말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서창동주민센터는 깨끗한 서창동 만들기에 참여해 달라는 홍보 현수막을 지역 곳곳에 내걸었다. 쓰레기 배출 요일ㆍ시간ㆍ방법 등을 알려주는 홍보 전단지로 배포했다. 서창동주민자치위원회는 매주 월ㆍ수ㆍ금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야간 단속도 펼치고 있다. 동시에 차량 블랙박스와 휴대전화 카메라 등으로 불법 투기 현장을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강경책도 썼다.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주민들이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아이와 함께 지나가면서 봤는데 아이에게 설명해 주면서 순간 너무 부끄러웠다. 동시에 아무 생각없이 쓰레기를 버리는 주민들이 꼭 이 팻말을 보고 나처럼 부끄러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온라인 카페에 글을 게재했다.

하지만 아직도 쓰레기 불법 투기가 근절되지는 않았다. 더욱이 ‘서창동 망신지역’이라는 팻말 밑에 보란 듯이 쓰레기를 버리는 비양심적인 주민도 여전히 있다.

김 동장은 “서창동이 유독 쓰레기 불법 투기가 많은 이유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제도 보완과 동시에 주민 스스로 의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절대 근절할 수 없다”며 “‘서창동 망신지역’ 팻말이 더는 필요없는 서창동이 빨리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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