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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 詩] 얘들아, 너희를 가둬놓고..
사회

[초대 詩] 얘들아, 너희를 가둬놓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05/06 11:28 수정 2014.05.06 11:28




 
↑↑ 원무현
2004년 시집‘홍어’로 등단
부산작가회의 회원
<주변인과문학> 편집위원
 
얘들아, 캄캄한 물속에 너희를 가둬놓고
어른들은 지금 선거판을 짜고 표를 구걸하고 있단다
어디에 줄을 대야 돈을 벌 수 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있단다
살아있는 어른들의 밤은 오늘도 어김없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단다

얘들아, 들어가면 나오는 문이 없는 하늘에 너희를 가둬놓고
어른들은 지금 보신여행을 위해 하늘을 날고 있단다
무엇을 먹어야 회춘을 하는지 귀를 세우고
웅담을 찾아다니고 젊은 여자를 좇고 있단다

얘들아, 캄캄한 물속에 너희를 가둬놓고
나오는 문이 없는 하늘에 너희를 가둬놓고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있어라 해놓고
어른들은 또 오월을 맞이하고
부모님 은혜는 바다같이 깊다 하고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이 높다고 한단다

얘들아
두 다리가 튼튼해서 세상이 좁게만 느껴졌던 아이들아
두 눈이 맑고 맑아서 너희가 꿈꿔온 내일이 훤히 들여다보였던 아이들아
이제는 물속에 갇혀버린 너희 두 다리를 어찌하면 좋으냐
하늘에 갇혀버린 두 눈을 어찌하면 좋으냐
너희들 없는 빈소에 국화 한 송이 바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아, 어른을 내려놓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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