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4 지방선거를 맞아 시민 의견이 바람직한 양산시 정책으로 입안될 수 있도록 지역의제 세 가지를 선정해 연속 보도한다. 이 밖에도 시민이 제안하는 지역의제가 있다면 계속 보도해 나갈 계획이다. 많은 시민의 참여를 바란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장애인체육회 설립 시민참여
2. 도시계획과 예산 편성, 시민참여
3. 산업단지, 유치만이 능사인가
산업단지 조성, 왜? ⓒ
산업단지는 공장, 지식산업 관련 시설, 문화산업 관련 시설, 정보통신산업 관련 시설, 재활용산업 관련 시설, 자원비축시설, 물류시설과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지를 말한다. 또, 이와 관련된 교육ㆍ연구ㆍ업무ㆍ지원ㆍ정보처리ㆍ유통시설과 이들 시설의 기능 향상을 위해 주거ㆍ문화ㆍ환경ㆍ공원녹지ㆍ의료ㆍ관광ㆍ체육ㆍ복지시설 등을 집단으로 설치하는 포괄 계획에 따라 지정ㆍ개발하는 토지를 말한다.
지방자치단체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가 이런 산업단지를 조성해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군 단위 지자체는 탈농으로 인한 극심한 지역공동화를 극복하기 위해, 소규모 도시는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공장 굴뚝이 하나도 없는 섬, 남해군에서 조차 수년전부터 산단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자체마다 나서는 산단 사업은 지역발전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산업단지는 기업을 유치해 고용을 창출하고 그에 따라 지역 인구가 증가하고 세수가 높아지며 인재가 지역으로 들어오면서 도시 번창으로 이어진다.
인구가 증가하면 우선 교부세가 늘어난다. 양산시 인구가 30만명을 넘으면 지방 교부세가 대폭 늘어난다. 양산시가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교부세는 지난해 기준 1천 38억원인데 인구 30만을 돌파하면 교부세가 최소 연 400억원 이상 늘어난다.
행정기구 증설로 공무원 수를 늘릴 수 있고 국회의원 증원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최근 인구 30만명을 돌파한 원주시는 1국 3과 7담당 등 28명이 늘었다. 국회의원도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양산시가 2010년 인구 30만명을 목표로 ‘범시민추진협의회’를 발족하고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며 인구 증가에 나섰던 이유이기도 하다.
양산시 산단, 현주소와 문제점
양산시민이 양산시에 내는 전체 지방세액은 3천320억원이다. 이 가운데 법인에서 내는 세수가 1천215억원으로 약 46%,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양산에 등록된 기업체 수는 1천717개다.
헌데, 지난 3월 말 현재 이들 기업체 고용 현황을 보면 100명 이하 기업체가 1천650개, 200명 이하가 33개, 300명 이하가 20개, 400명 이하가 9개, 400명 이상은 5개 기업에 불과하다. 그나마 넥센이 2천456명을 고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기업체 수에 비해서 고용율이 극히 적은 하청에 재하청을 받는 소규모 회사가 주를 이루고 있어 실속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세먼지, 악취 등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업종도 상당수다.
이런 가운데 양산시는 산업단지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표 참조)
현재 덕계일반산업단지ㆍ유산일반산업단지ㆍ덕계월라일반산업단지ㆍ어곡제2일반산업단지가 공사 중이며 석계일반산업단지ㆍ양산일반산업단지는 착공을 앞두고 있다. 또, 용당일반산업단지ㆍ석계2일반산업단지ㆍ 토정일반산업단지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하는 업체가 이전처럼 소규모여서는 산단 조성 목적인 고용 창출, 인구 증가, 세수 확대, 인재 유입 등을 극대화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거제군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이 들어오면서 개인소득 4만불이 넘는 거제시로 성장했다. 현대가 먹여 살린다는 울산시는 전국에서 개인 소득이 가장 높은 도시가 됐다. 이처럼 규모가 큰 기업 유치가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양산시에서 추진하는 산단 사업도 최소한 우리나라 200대 기업군에 들어가는 대규모 기업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첨단산업 분야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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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군의 성공 사례
지난 2006년 분단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월룡면에 LG 디스플레이 공장이 들어섰다. 인근에는 LG 계열사 단지를 비롯해 관련 업체들이 속속 입주했다. 당동지구에는 외국투자기업이, 선유지구에는 국내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일명 디스플레이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사업에는 18조원이 투자됐다.
LG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대규모 공장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파주시는 급격히 발전했다. 우선 인구 증가가 눈에 띈다. 2003년 24만명이던 인구가 LG 디스플레이 공장을 본격 가동한 2006년에 3만명이 늘어났다. 웬만한 군 단위 인구가 늘었는데 현재는 인구 40만명을 넘어섰다.
파주에 대규모 공장이 들어서면서 파주 출신의 대기업 취업이 원활해졌다. LG 디스플레이는 해마다 수십 명의 파주 출신을 채용했다. 뿐만 아니라 LG 디스플레이는 지역출신 채용에서 나아가 장애인 고용을 위한 사회적 기업 ‘나눔 누리’를 설립했다. 나눔 누리는 헬스키퍼와 스팀세차, 도서대여점 등 7개 사업 분야에서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LG 디스플레이는 구내식당에서 쓸 파주 산 쌀 790톤(약 21억원 상당)을 사들였다. 설과 한가위 등 명절에는 지역특산물을 구매한다. 음식점과 숙박업소, 편의점 등이 생겨나고 이는 파주시 세수 증대로 이어졌다. 특히 LG 디스플레이가 해마다 파주시에 납부하는 세금만 100억원이 넘는다.
파주시는 현재도 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 유기발광다이오드 원천기슬을 보유한 일본기업 이데미 쓰코산이 공장이 준공했다.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만기업 ASE 코리아, 세계 3위 LCD 유리원판 제조기업인 NEG 등이 공장을 준공했거나 공사 중에 있다.
파주시 기업지원과 이동림 공장설립팀장은 “파주시 산단이 성공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파주시 기업만족 서비스가 한 몫 했다”고 소개했다. 파주시는 기업이 투자 상담을 요청하면 해당 기업을 찾아가 현황을 설명한다. 산업단지 분양 방식도 차별화 해 분양금 1∼3년 무이자 할부 납부제, 기존 업체가 신규 업체를 중개해 주면 분양가의 일정 부분을 되돌려 주는 등 기업유치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 유치가 지역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파주시는 자족형 기업도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양산, 시장이 나서야 한다
양산시도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정부가 30만평 규모 부지에 30년간 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계획을 내놓자 양산시는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메디칼폴리스를 이루겠다며 유치에 나섰다. 양산시는 양산부산대학교병원과 함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해 부산, 울산, 경남을 잇는 동남권 의료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와 대구ㆍ경북 신서혁신도시를 최종 후보지로 공동 선정됐다. 두 지역에는 2038년까지 시설운영비 1조8천억원, 연구개발비 3조8천억원 등 모두 5조6천억원이 투입된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하지 못한 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양산은 기업 입지에 좋은 환경을 가진 도시다. 양산시는 부산ㆍ울산 광역시와 인접해 인력확보가 쉽고 고속도로와 항만, 공항, 철도 등이 가까워 물류이동이 용이하다. 지진과 폭설 등 자연재해도 거의 없고 대도시에 비해 땅값이 비싼 편도 아니다.
이런 장점을 잘 활용해 대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존에 해 왔던 대로 회사 규모가 크던 작던, 업종이 무엇이던 유치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산단 조성 성과를 제대로 거둘 수 없다. 소규모 일반 제조업 유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복합단지, IT산업과 BT산업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산단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관행을 일신하고 차별화된 양산만의 기업유치 방안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 최종 결정권자인 자치단체장이 명확한 의지와 마인드를 가지고 대기업 유치에 나서야 한다.
이미 시스템화돼 있는 양산시정은 공무원 조직에 맡기고 각종 행사에나 참가하는 것에서 벗어나 대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현재 산단 사업이 몇 끼 먹을거리를 생산한다면 대기업 유치는 양산의 평생 먹을 양식을 제공한다. 한 마디로 양산시 산단 사업의 미래는 ‘제대로 된 큰 기업 유치’가 목표여야 한다. 그 몫이 새 시장의 어깨에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