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유병준 범어고등학교 교사 | ||
ⓒ |
사고 후 아이들과 함께했던 교사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해졌다. 교육부가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교사의 도움으로 구조된 학생의 증언을 통해 작성한 ‘단원고 희생ㆍ학생 교사현황’에 따르면, 탈출이 쉬웠던 5층에 있던 교사들은 학생이 몰려있던 4층으로 내려가 학생에게 탈출하라고 외치며 학생을 구하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했다고 알려졌다.
구조된 학생들이 증언한 내용을 보면 선생님은 탈출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거나 절망 중인 학생에게 용기를 북돋우며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증언을 들으며 복받쳐 오르는 슬픔에 눈물이 그냥 흘렀다.
이제 우리는 충분히 슬퍼하고 서로 위로하며 삶의 의지를 다시 지필 수 있기를 바란다. 슬픔을 이기는 길은 그럴 수 있을 때 가능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마저 표출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의 무능함에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느끼는 상황에 이르는 것 같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교사들의 분노가 43인의 교사선언으로 나타났다. 그런 뒤 스승의 날에는 1만5천명이 넘는 교사의 선언이 있었다. 같은 교사로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의 표현이었을 것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교사들의 이러한 선언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금까지 교사의 사회적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 특히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교사선언도 논란이 되고 있지만, 교사이기 전에 국민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제한당하는 상황에서 교사의 사회적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수업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학교 밖에서 국민으로서 사회적 문제에 참여하거나 말하는 것마저 제한하려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보면 답답하다. 사회 문제에 대한 교사의 발언을 금지하는 것 같은 분위기는 ‘영혼 없는 교사’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는 모든 교사는 동료 교사로서 모두 같은 심정을 느꼈을 것이다.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을 이길 수 없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 심정을 교사선언이 보여줬다는 생각이다. 이들의 행동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 것보다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자고 말하는 심정으로 우리를 공감하게 했다.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행동하겠다’는 교사들의 마음을 사회는 알아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