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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준 범어고등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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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양산도 고교 평준화에 대한 탐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구가 30만에 이르고 그에 따른 학교도 많이 생긴 시점에서 교육의 미래를 위해 생각해볼 문제 중 하나가 고교 입시제도라면 고교 평준화에 대한 논의를 해보는 것은 적절하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고교 평준화에 대한 논의는 제도에 대한 탐구가 전제돼야 한다. 그동안 교육 관련 제도나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너무 성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통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충분히 깊이 있는 이해가 이뤄진 상황에서 정책 실현을 노력해야 하는데, 교육의 당위성만을 주장해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으로 현장에 바로 적용해 정책이 뿌리내리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
또 정책의 본질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나 논의를 생략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해 주체가 돼야 할 구성원이 오히려 방관자로 전락하도록 하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자신이 선 자리에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만 판단해 모두를 위한 방향을 상실한 채 찬성과 반대만을 위한 갈등과 다툼으로만 비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므로 고교 평준화에 대한 논의도 제도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깊이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산지역 고교 평준화 탐구는 지금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적기라는 여러 가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해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다. 중학교에서는 첩보작전을 하듯이 어떤 고등학교가 입학 정원이 모자랄지 파악해 원서를 내는 경우가 있다.
고등학교는 입학 정원 미달이 되지 않게 하려고 또는 성적이 좋은 학생을 끌어오기 위해 학교 설명회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이나 학부모, 학교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고교 서열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대단하다. 새로 생긴 학교일수록 서열 제일 아래에 위치하기 때문에 성적이 양극화된 학생들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학교 안 교육 상황은 손을 쓰기가 어려울 정도로 악화돼 있다.
학생들은 서열이 제일 낮은 학교에 진학했다는 사실로 패배감에 젖게 되고 학생들을 바라보는 학교 밖 시선도 곱지 않다. 동료효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절대다수가 부정적 영향을 받아 학교는 매일 홍역을 앓는다.
문제의 원인이 학교에만 있다고도 할 수 없다. 학교를 바라보는 지역사회 시선도 문제가 있다. 고교 서열화로 인한 낙인효과가 그대로 나타나 학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양산지역 신설학교에만 세 번째 근무하면서 느끼는 고교 서열화의 병폐는 심각했다. 교육 문제를 개인 문제로만 한정해서 보지 않고, 교육에서 희망을 찾기를 바라고, 교복이 달라 학생이 차별받지 않고, 성적으로만 사람을 평가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고교 평준화에 대해 탐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