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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소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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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소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06/17 09:16 수정 2014.06.17 09:15



 
↑↑ 강진상
평산교회 담임목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란 소설은 1926년부터 무려 10여 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이다. 그 당시에는 무명의 작가에 지나지 않았던 마거릿 미첼(Margaret Mitchell, 1900~1949)이 쓴 소설로, 이 작품은 황폐한 시대를 힘차게 살아간 남부 여성의 이야기다. 이 책을 통해 1936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첼은 단번에 세계적인 문필가가 됐다.

미첼이 스물여섯이던 해 그는 다리를 다쳐 5년 동안이나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 둬야 했다. 미첼은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취미삼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점차 소설에 몰입하기 시작하면서 십년이나 걸려 마침내 1천37면이나 되는 대하소설을 완성했다. 그리고 두툼한 원고뭉치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니며 자신의 소설을 출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무명작가의 소설을 선뜻 받아줄 출판사는 아무 데도 없었다. 그렇게 7 년의 세월이 무심하게 흘렀고 원고는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닳았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한 지방신문에 ‘뉴욕에서 제일 큰 출판사 사장이 애틀랜타를 방문했다가 기차로 되돌아간다’는 짤막한 기사를 봤다. 미첼은 자신의 원고를 들고 바로 기차역으로 달려갔다. 그가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맥밀런 출판사의 레이슨 사장은 기차에 올라타려던 중이었다.

미첼은 큰 소리로 그를 불러 세우며 말했다. “사장님, 제가 쓴 소설입니다. 꼭 한번 읽어주세요” 레이슨 사장은 마지못해 원고뭉치를 들고 기차에 올랐지만 그는 원고 뭉치를 선반 위에 올려놓고 거들떠보지 않았다.

미첼은 기차역을 빠져나가 우체국으로 달려가 레이슨 사장에게 전보를 쳤다. 얼마 후 기차 차장을 통해 한 통의 전보가 레이슨 사장에게 전달됐다. “저의 원고를 한 번만 읽어주세요” 그러나 그는 원고뭉치를 한 번 흘깃 쳐다볼 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얼마 후 똑같은 내용의 전보가 다시 배달됐지만 그는 원고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세 번째 전보가 배달됐다. 그제서야 그는 미첼의 끈질김에 혀를 내두르며 원고뭉치를 집어 들었다.

원고를 읽으면서 그는 소설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해 승객들이 짐을 챙기는 동안에도 그는 원고를 놓지 않고 있었다. 레이슨 사장은 회사로 돌아와 곧 출판을 지시했다. 그렇게 출간된 소설이 바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다.

이 소설은 27개 국어로 번역됐고 1천600만 부가 판매됐다. 한 여인의 지칠 줄 모르는 10년의 집념이 한 편의 소설에 집중됐고 7년이라는 긴 세월이 한 편의 소설의 출판을 위해 필요했다. 모든 성공 뒤에 남모르는 인내가 들어가 있음을 알지 못하고는 성공을 바르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매미는 땅속에서 유충으로 오랜 기간을 기다린다. ‘매미탑’이라는 북아메리카에 사는 매미는 유충기간이 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별명이 17년 매미이다. 단지 15일에서 한 달을 위해서 인내하며 기다린다.

기다림은 성숙이다. 에머슨(Emerson)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사람이 영웅이 되는 것은 타인보다 용감해서가 아니라 타인보다 10분 더 포기하지 않고 오래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헨리 뉴웬(Henri Nouwen)은 ‘인내는 기다림의 어머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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