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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낙선자도 소중한 지역의 자산이다..
오피니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낙선자도 소중한 지역의 자산이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06/17 09:22 수정 2014.06.17 09:22



 
↑↑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선거에는 승자도 패자도 있다
패자라 해서 잊혀서는 안돼
지방자치 일꾼이라 생각한다면
공백기를 자신의 것으로 활용해
시민사회 대안으로 자리해야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세월호 참사도 잠시 잊은 채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당선자 주변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지만, 낙선자는 아쉬움과 회한으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거리는 온통 당선과 낙선 사례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당선자 것에는 여유와 자부심이 묻어났고 낙선자 답례에서는 재기의 다짐이 드러나기도 했다.

‘많이 부족했습니다’라는 글귀에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자책하는 마음이 느껴졌고 ‘변함없이 시민 곁에 있겠습니다’라는 구호 뒤에는 다음 선거를 기약하는 의지가 엿보이는가 하면 ‘낙선에 울지 않고 성원에 웁니다’라는 애교 섞인 낙선인사도 눈에 띄었다.

모두 48명이 후보로 등록해 시장과 도ㆍ시의원, 비례대표 시의원 등 22명이 당선의 영광을 안았으니 2.2대 1의 경쟁을 뚫고 당선증을 받아든 것이다. 첫 영광을 안은 이도 여럿 나왔다. 승자만이 기억되는 것이 비단 선거에서만은 아닐 테지만, 낙선한 26명의 사연이 저마다 구구절절할 것임은 분명하다. 공천과정에서 일찌감치 본선 탈락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패자는 말이 없다지만 낙선한 각 진영의 사정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할 것이다. 정당 공천이 주는 긍정 또는 부정적 이미지가 이유가 될 수도 있고, 한 정당이지만 기호 순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경우도 있다. 동정에 호소한 표심, 낙후된 지역에 대한 표 쏠림 현상도 있고, 방심해 무너진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 경우처럼 단 9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안타까운 사례는 없었으니 ‘석패(惜敗)’라고 표현할 대결은 없다고 봐야 하겠다.

이제 7월이 되면 민선 6기 집행부와 제6대 시의회가 개원하게 된다. 시장은 연임됐지만 의회에서는 반 이상 현역 의원이 짐을 꾸려야 한다. 4년 간 공인 생활을 접고 사인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쉬움과 미련을 접고 평소 모습을 되찾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4년 뒤 그들 모습을 다시 보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적으로 볼 때 다음 선거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았음이 이를 뒷받침한다.

‘선거는 마약’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표현도 있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말이 아닐까. 소신과 의지가 분명하고 배경과 조건도 충분하다면 한 번의 실패로 완전 단념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인물의 공통점은 향토사랑을 바탕으로 한 공적인 이타심이 남다르며 패배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선거 패배를 자신의 부덕(不德)이나 상대적 저평가의 결과로 인식하지 않고 잘못된 선거프레임이나 시스템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법적으로 피선거권을 제한받지 않는 다음에야 어느 선거에 누가 나오든 안 될 바가 없다. 또한, 지역사회에 대한 남다른 소명의식을 가진 인물이 지방정치에 매진하는 것이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 오히려 건전한 비판세력으로 지역사회 한 축을 이뤄가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다시 말하면, 낙선했다고 해서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을 잃은 채 자신의 생업에 천착해 살아가는 것보다는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피력할 기회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로 선출된 많은 정치인 중 도지사와 시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정치인은 의회 의원이다. 자치단체의 장인 도지사와 시장은 도민 혹은 시민을 위해 직접 행정을 펴 나가는 자리지만 나머지는 모두 이를 견제하는 국민의 대리인 격이다. 당선자만이 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현실정치의 장에 발을 내딛지 못한 사람도 충분히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바탕으로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수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시민 앞에서 사자후를 뽐내던 인물이 막상 낙선된 후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철저히 개인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모습을 봐왔다. 그러면서도 또 4년 뒤에는 다시 나타나 자신만이 지역발전을 가져올 사람이라고 지지를 부탁하는 장면을 지켜보곤 했다.

이제 우리 지방자치도 20년이 됐다. 성숙한 시민의식 만큼이나 건전한 정치인이 지역 살림을 맏아 나가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자치 역량을 키우고 대안을 제시할 줄 아는 비판세력을 육성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노력을 하는 자를 시민은 잊지 않는다. 선거에서 패배한 그들도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다. 언젠가 그들의 몫을 다할 수 있도록 격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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