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까다 쌍둥이 밤을 본다 칼끝으로 떼어 내려다, 아뜩한 것 손끝에 잡혀 그만 멈추고 만다 쌍둥이로 태어난 어머니 형제 밤 평생 한 몸처럼 사시고 반쪽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결코 풀지 않았던 그 한 몸 몇 해 전 이모님 세상 떠나시고 지상에 남은 반쪽의 몸으로 어머니 굽은 등 더욱 굽어지며 해마다 햇밤을 땅에 묻으셨다 겨울 지나 이듬해 이월, 이모님 제삿날 땅속 묵은 밤 꺼내 성긴 눈발 맞으시며 밤길 더듬어 가시던 어머니 한 쪽이 빈 외톨밤 못 견디게 살닿고 싶은 그곳 어머니 조용히 따라 가셨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