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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송 스님 시인 통도사 극락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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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참 빛을 좇아 행운유수의 길에 나선지 이십여 년, 선사는 촛불이 나부끼는 모습을 보고 홀연 깨침을 얻었다. 촛불의 춤! 고즈넉한 선실의 어둠을 밝히는 자그마한 불빛이 일렁이며 다겁생래(多劫生來)의 무명을 날려버리고 지혜의 화현으로 나투는 순간이다.
일대본분사, 대장부의 첫 장을 여는 찰라이다. 대의심(大疑心), 대분심(大憤心), 대발심(大發心)을 거쳐 오묘한 선(禪)의 경계를 타파한 즐거움이 법열로 흘러넘쳤다.
이 일별(一瞥)은 평범한 일별이 아니다. 수행자라면 저 마주보는 산이 마르고 닳도록 궁구하고 척파(斥破)해야 할 어엿한 대장부의 살림인 것이다. 그것도 극락암 화엄산림법회 중에 일어난 상서로움이었다.
1927년 11월 20일 새벽 두시 반께 삼소굴 처소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는 용맹정진 끝에 터져 나온 외침이었다. 이 삶의 또 다른 이름은 사바(娑婆, 여러 가지 고통을 참고 견뎌 내야 하는 세상)의 여로(旅路)다. 사바란 말은 뭔가 기이하면서 오밀조밀한 느낌을 준다.
우리 모두는 이 삶의 여행에 주인공이다. 범부(평범한 사람)에게 있어 삶의 진실은 직관을 넘어선 저 너머에 있을지 모른다. 이 모호하고 두루뭉술한 표현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중생의 업을 상징한다. 그러기에 세상 사람들 모두는 어쩔 수 없이 나그네다. 나그네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이 정겨운 말은 다소 다의적인 의미를 함축한다. 범부에게 일상적인 것은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이다. 그 뒤에 남는 것은 먼지와 바람. 삶에 있어 특별한 무엇이 실존한다고 믿는 범부에게 삶은 일회적이고 통제되지 않는 유희다. 삶은 단순히 ‘생존게임’이 아니다. 지고지순한 순정은 자비로운 버림과 베풂으로 온다.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필요하다. 매 순간순간 끊임없이 집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다면 곧 찌든 속 때를 간직한 끔직한 자신과 마주하게 될 뿐이다. 너무 요란하거나 분주하지 않는 적당한 높이의 자존감으로 진실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사바세계를 무대로 멋지게 살아라’는 뜻이다. 늘 노사는 불자에게 이렇게 당부했다.